[사설/칼럼] 2002년 11월 18일 (월) 07:00 지난 9월 초 시민사회단체와 중앙선관위가 제시한 선거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으로 기대를 모았던 ‘미디어선거’가 결국 한나라당의 당략적 판단 때문에 좌초됐다. 미디어선거의 핵심은 뭐니뭐니해도 TV토론이다. 그간 시민사회단체들은 TV토론 가운데서도 후보간 합동토론이야말로 유권자들이 후보의 자질을 판단하는 결정적인 근거가 될 것이라고 강조해왔다. 그러나 이회창 후보측이 법정선거운동기간 전 합동토론을 거부하고 나서면서 미디어선거는 결정적인 장애에 부딪혔다. 방송3사는 애초 1인 초청식 토론을 하기 전에 각 후보진영에 합동토론에 대한 의사를 타진했다. 이에 대해 노무현 후보측과 정몽준 후보측은 참여의사를 밝혔으나 이회창 후보측은 참여를 거부했다. 이후보측이 거부하자 정후보측도 참여를 거부하고 나서 결국 합동토론은 무산됐다. 이후보측이 내세운 거부이유는 ‘공정성을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똑같은 상황에서 다른 후보들은 그런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여론조사 1위를 달리는 상황이기 때문에 몸을 사리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후보간 합동토론을 완강히 거부함으로써 이를 무산시킨 이후보측은 이어 노후보와 정후보측이 후보 단일화를 위해 추진하고 있는 TV토론에 대해 ‘선거법 위반’이라며 딴죽을 걸고 나왔다. 한나라당의 이러한 주장에 대해 중앙선관위는 “선거기간 전 취재보도 차원의 토론회는 무방하다. 현행법상 1인 혹은 수인이 참여하는 TV토론회를 개최할 수 있다고 되어 있기 때문에 이후보를 배제하는 것이 반드시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노·정 토론회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 MBC측은 “후보 단일화를 하기로 결정을 하면 토론회를 개최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100분 토론>의 한 관계자는 “국민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안이기 때문에 이를 고민하고 검토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합동토론회가 계속 정치권의 정쟁수단으로 전락하는 듯해 안타까운 뿐”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언론계 일각에서는 이후보측이 남들이 하려는 TV토론마저 막으려 들 것이 아니라 이제라도 합동토론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단일화를 위한 토론을 한다고 해도 어차피 내용은 공약과 현안에 대한 토론이므로 이후보는 이후보대로 자기 주장을 펼치면 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로 노후보측은 12일 이같은 내용을 이후보측에 제안했지만 한나라당은 13일까지 아무런 답변도 내놓지 않았다. 반면 한나라당은 13일 선거법 개정에 대해 거부의사를 명확히 함으로써 미디어선거에 대한 기대를 좌절시켰다. 민주당은 이날까지가 시한이었던 정치개혁특위에서 TV토론 확대와 정당연설회 폐지 등을 주장했지만 한나라당은 끝까지 현행 선거법 고수를 주장했다. 한나라당은 그간 합동토론 거부 등 미디어선거에 대한 부정적 입장으로 일관하다 결국 선거법 개정에서 시대의 흐름에 역행한 것이다. 이로써 올해 대선을 저비용·고효율의 미디어선거로 치르자는 국민들의 주장은 완전히 무산됐다. 한나라당을 출입하는 한 일간지 기자는 “그동안 미디어선거에 대해 입으로는 원칙적 동의를 주장해온 한나라당은 정치개혁특위에서 선거법 개정 합의를 거부함에 따라 진짜 속마음이 뭔지를 드러낸 셈”이라면서 “고비용·저효율 구조가 이번 대선에 보다 유리할 것이란 판단 때문에 합의를 거부한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한 방송사 관계자 또한 “TV 합동토론회는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키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함에도 한나라당이 자신들에게 이득이 되는지부터 따지기 때문에 계속 거부하고 있다”면서 “한나라당의 이같은 정략적 태도는 결국 국민의 알권리를 박탈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호석·민동기기자 - 미디어 오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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