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약자'를 옹호하는 이유는?
혹세무민하는 한 언론인의 궤변

이수열 기자 bluebirdinme@hanmail.net  

주5일 근무제 도입을 위한 2년여에 걸친 노사정위원회의 합의 노력이 지난달 일부 쟁점 사항에 노사가 합의를 하지 못해 결실을 보지 못함에 따라 정부는 독자적으로 법제화를 서두르고 있다.

근로시간 단축과 관련한 쟁점은 기본원칙과 방향에 대한 것보다도 실리에 따른 세부적인 문제에 지나지 않으므로 노사정 모두는 우리나라의 선진화, 세계화라는 긴 안목과 넓은 시야에서 노사 협조에 의한 생산성 향상을 도모하면서 주5일 근무제 도입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이 제도는 이미 우리나라 상당수 기업에서 노사자율로 도입되고 있으며, 주5일 근무제 실현을 위한 종합 정책적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데, 이러한 상황에서 갈등조절과 공론형성에 힘써야 할 언론이 재계측의 입장만을 옹호함으로써 건전한 합의 형성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8월 27일자 <매일신문> 김정길 부사장의 '힘없는 자를 먼저 쉬게하자'란 칼럼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힘없는 자를 먼저 쉬게 하자'란 제목은 일면 지당하고도 타당한 말씀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와 같이 힘있고 가진 자에게만 유리한 질서가 지배적인 사회에서 약자와 힘없는 자는 얼마나 무시당하고 차별받아 왔던가. 그러나 기실 김 부사장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그러한 힘없는 자에 대한 배려가 아니라, 약자를 볼모로 삼아 가진 자의 편을 드는 것이다.

칼럼에서 김 부사장은 노동과 휴식의 배분에서의 공평성을 강조한다. 그리고 현정부의 주5일제 관련 법안이 영세사업장 근로자는 도외시하다시피하고 힘있고 수적으로 세력이 강한 대기업 근로자들에 치우침으로써 공평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여기서 잠깐 숨을 돌려 생각해 보자. 아무래도 중소기업은 주5일 근무제를 시행함에 있어 노동시간 단축을 감당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납기를 맞춰야 하는 공장에서는 근로시간이 줄어 납기 준수가 어려워지고 건설현장에서는 공정에 차질을 빚는 일이 발생하는 것이다.

그래서 중소기업에서는 주5일 근무제가 추구하는 '노동시간 단축에 걸맞는 생산성 향상'을 꾀함에 있어 현실적인 어려움이 상당하므로, 시행시기에 있어 신중한 태도를 보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김정길은 바로 이처럼 미묘한 부분을 휘저어 정책을 난도질한다.

칼럼은 단계적인 시행의 확대를 위한 교두보로 공공부문과 대기업에서 먼저 실시하는 것을 두고 '목소리 크고 패거리 많고 극렬한 이익집단'에게는 항상 파이를 더 많이 또 더 쉽게 내주고 양보하는 행위'라며 맹비난한다.

이어 칼럼은 '정치적 계산을 해온 현정부의 체질적인 버릇'이라 꼬집으며, '정치성에 앞서 공평성과 약한자에 대한 분배의 정의를 생각하자'고 주장한다.

우리는 여기서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주5일 근무제가 시행상에 있어서의 미묘한 부분이 왜곡되어, '목소리 크고 패거리 많고 극렬한 이익집단'에게 더 쉽게 양보하는 현정부의 '정치적 계산'의 산물로 전락하였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의 말장난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그는 마무리에서 '주5일제, 꼭히 연기할 수 없다면 정치성에 앞서 공평성과 약한자에 대한 분배의 정의를 생각하며 다 함께 동시에 실시하든가 힘없는 자들부터 먼저 쉬게 하자'며 결론맺고 있다.

그가 결론의 후자에서 내세운 중소기업체의 주5일 근무제 시행에 있어서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따른다는 점은 위에서 지적한 바와 같다. 그러므로, 주5일 근무제는 공공부문과 대기업에서 먼저 시행하여 모범을 보임으로써 확대를 꾀하는 단계적이고 체계적인 시행이 바람직하다.

그렇다면 결론의 전자에서 내세운 '다함께 동시에 실시하든가'란 주장을 살펴보자. 이는 '공평성'과 '분배의 정의'를 운운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주5일 근무제를 시행하지도 물러서지도 못하게 함으로써 '분배의 정의'의 실현 자체를 막아서고 있다.

주5일 근무제는 비용상승이란 부정적인 효과와 삶의 여유 증진이란 긍정적인 효과라는 특성을 지닌다. 이러한 상충성으로 인해, 주5일 근무제의 올바른 시행을 위해서는 노동시간의 단축에 걸맞는 생산성 향상을 꾀하기 위한 지혜를 짜내는 사회적 논의 과정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그는 갈등해결을 위해 필수적인 논의와 합의의 과정을 배제한 채, 무작정 '다함께 동시에 실시하자'고 주장한다. '작은 조선일보'라 불리는 보수적인 <매일신문>에서 전면적이고 혁명적인 제도의 변화를 찬성할 리 만무하지 않은가. 그렇듯 속보이는 헛소리는 앞으로 삼가하기 바란다.

결국 김 부사장의 칼럼은 '힘없는 자를 먼저 쉬게 하자'는 달콤한 말로 주5일 근무제를 비난하고 훼방놓음으로써 '노동자에게 휴식을 주지 말자'고 주장하고 있다. 약자를 편드는 척하면서 실제로는 사회적 강자의 편을 들어 제도의 본의를 짓밟고 훼손하는 것이다.

이렇듯 혹세무민하는 궤변에 속지 말고, 노사정이 함께 대화하여 노동자와 기업 측 모두에게 도움이 되도록 주5일 근무제를 확대 실시해야 할 것이다.

아래는 김정길 매일신문사 부사장의 칼럼(2002년 8월 27일) 전문.



[수암칼럼] 힘없는 자를 먼저 쉬게하자

주5일 근무제 논란이 계속 시끄럽다. 시비의 요점은 노동자 쪽은 일은 적게 하고 좀 더 쉬자는 것이고 경영자 쪽은 더 많이 일해도 어려운데 더 놀면 어쩌자는 거냐는 것인데, 시비를 가려줄 제3자들의 찬반견해 또한 서로 엇갈리고 있으니 아무래도 토요휴무제 시비는 정부생각대로 쉬 끝날 것 같지 않다.

노동과 휴식의 적정한 기준은 어느 선일까. 하느님의 생각(성서적 기준)으로는 엿새 일하고 하루 안식하는 '일요휴무' 쪽인 것 같은데 노.사로 갈린 요즘 사람들은 휴일수 계산법이 제각각이다.

옛 왕조 시대에도 매월 초하루와 8일 15일, 23일은 정기휴일이었고 입춘.경칩.청명 같은 절기(節期)에 접어드는 날에도 휴일로 정해 놀았었다. 심지어 정월에는 일 진에 자(子)나 오(午)자가 들어가는 자(子)일과 오(午)일에 휴무하고 대보름이나 단오때는 사흘 연휴를 쉬었으며 일식과 월식이 있는 날에는 부정을 탄다 핑계대고 공무를 보지 않았다고 한다.

오늘날의 일요일 제도를 쓰기 시작한 것은 불과 100여년전인 1894년 갑오개혁때니까 왕의 생일휴무 같은 날까지 따지면 사실상 그 이전에는 지금의 일요휴무제보다 더 많이 놀았던 셈이다. 따라서 토요휴무를 주장하는 쪽에서는 옛날보다 살기 좋아진 세상에 소득도 높고 레저환경도 비교가 안되는데다 옛날에는 없던 스트레스라는 것도 생겼으니 이젠 좀 더 놀 때도 됐잖느냐는 논리를 내놓을 수 있다.

반대로 기껏 농경사회 수준의 1차산업을 기초로 한 시절의 노동생산성과 일류가 아니면 몰락하는 세계화 시대의 노동생산성을 가리질 못하고 놀자쪽으로 가자는 건 베짱이처럼 망하자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일할 때는 100년을 살 작정을 한 것처럼 일하고 놀 때는 내일 죽는셈치고 놀듯이 하라는 말처럼 노동과 휴식에는 적정한 조화가 있어야 하는 것은 마땅하다.

근로자와 사용자(경영자)간의 합의된 노동과 휴식의 적정비율 결정은 서로가 '공평'하다는 인식이 전제돼야 능률과 화합이라는 시너지가 나온다. 노동만 강화되도 불만이 나오고 휴식만 늘려도 반대쪽의 불평과 마찰이 나온다. 노동과 휴식의 적정선 합의에 있어서 공평성과 합리는 그래서 중요하다.

그러나 현정부가 내놓고 있는 주5일제 관련 법안은 그러한 공평성과 합리가 부족해 보인다. 20인미만 영세사업장 근로자는 도외시하다시피 미뤄두고 힘있고 수적으로 세력이 강한 대기업 근로자들에 치우친 법안을 만듦으로써 다수영세사업장의 생산성과 다수 힘없는 근로자의 복지, 다수 중소기업인 등의 기업의욕 세가지 모두를 저하시키고 있다.

법안대로라면 대구.경북지역 8만4천여사업장의 60여만명의 근로자중 내년부터 토요휴무제를 적용받는 근로자는 6만명. 겨우 10%다. 1천명이상 근로자를 둔 큰 기업체 근로자만 우선실시 대상으로 잡았기 때문이다.

근로자수가 50명이상인 조그만 기업체는 2005년에 실시하고 20명이상 업체는 2006년에나 실시하겠다는 것이다. 다같은 노동자이면서 소속된 기업의 근로자 숫자가 적다는 기준 하나로 휴식기간이 차별화되는 것은 공평과 합리와는 거리가 멀다.

더구나 20명미만의 사업장.근로자들은 이번 법개정안에 아예 빠져있다. 그들에게는 거의가 노조도 없고 목소리 높일 수적인 파워도 없는 그야말로 구멍가게 같은 작은 공장들의 일개미 같은 존재들이다. 머리띠 두르고 대들어 봐야 눈썹 하나 깜짝할 필요도 없는 상대로 여겼는지 모른다.

그들은 저임금에다 근로시간도 틀림없이 천명이 넘는 대기업 근로자보다 더 길 것이다. 노동계의 정치적 선심이나 얻겠다는 야심이 아닌 진정한 근로자 복지차원의 주5일제 개정법안이라면 긴 노동시간에 지치고 저임금에 허덕대는 힘없는 미니 사업장 근로자부터 혜택을 부여해야 했다.

개인적으로는 아직 주5일제의 조기실시를 반대하지만 노사와 정부가 이왕 합의해서 시행된다면 주5일제의 혜택은 가장 먼저 영세소기업의 약하고 힘없는 경영자와 근로자들에게 먼저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고작 네댓명에서 10여명 되는 조그만 사업장의 근로자들이야말로 더 많은 휴식이 필요하고 저임금의 인상효과가 생계에 필요한 근로자계층이기 때문이다. 경찰관 소방관 같은 비노동자 직군의 저임.격무의 공직 종사자도 같은 범주에 넣어 배려돼야 한다.

목소리 크고 패거리 많고 극렬한 이익집단에게는 항상 파이를 더 많이 또 더 쉽게 내주고 양보해가며 정치적 계산을 해온 현정부의 체질적인 버릇을 영세사업장 근로자에 대한 주5일 근무제 홀대에서 다시 한번 보게 된다.

주5일제, 꼭히 연기할 수 없다면 정치성에 앞서 공평성과 약한자에 대한 분배의 정의를 생각하며 다함께 동시에 실시하든가 힘없는자들부터 먼저 쉬게 하자.  



이 글은 하니리포터에도 송고한 기사입니다.



2002/08/31 오후 3:00
ⓒ 2002 OhmyNews  

  이름   메일 (관리자권한)
  내용 입력창 크게
                    수정/삭제     이전글 다음글    

 
처음 이전 다음       목록 홈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