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민족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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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조선, 독자투고 조작하다 - 진중권  

[사설]조선, 독자투고 조작하다 - 진중권 (밤의조선일보 주필)

이화여대 김혜민씨가 조선일보에 보낸 독자투고의 내용을 조선일보에서 제멋대로 각색한 사실이 드러났다. 물론 신문에 싣기 위해서는 약간 교정을 보는 것이 신문사의 관례일 것이다. 하지만 그 어떤 신문사도 교정이 아닌 내용의 수정, 그것도 본질적인 수정을 할 권리는 없다. 그런데 조선일보는 교정을 한답시고 글쓴이의 의도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문장을 만들어냈다. 이것은 명백한 왜곡이자 민심의 조작이 아닐 수 없다.

김혜민씨는 아마 놀랐을 것이다. 내용은 비슷한데, 논지의 방향이 상당히 왜곡되어 있는 글이 자기의 이름으로 올라와 있으니 얼마나 당황스러웠겠는가? 아마도 조선일보에서는 이런 만행을 져질러도 김혜민씨가 글을 실어준 것에 감사해서 아마 아무런 반항도 하지 않을 것이라 믿었을 것이다. "조선일보에서 글을 실어준 것만 해도 감지덕지해야지, 일개 독자 주제에 감히 우리에게 항의를 해?"하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어떻게 이렇게 뻔뻔한 조작을 했겠는가?

사실 인터넷이 없었던 시절만 해도 이런 사기극이 통했을 것이다. 인터넷이 없었으면 김혜민씨가 이 권리 침해에 대해 어디에 가서 호소를 했겠는가? 그나마 인터넷이 있기에 전에는 그저 파묻혀버렸을 사실들이 백일 하에 드러날 수 있는 것이다. 어쨌든 아주 작지만 자기의 권리를 위해 조작에 항의한 김혜민씨를 보며, 아직 우리 사회에는 희망이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재미있는 것은 조선일보가 그 글의 어느 부분을 어떻게 왜곡했느냐 하는 것이다. 아래 글을 읽어 보면 "우리 나라 최고의 신문"이라는 표현이 눈에 띌 것이다. 그것은 김혜민씨가 하지도 않은 말을 조선일보 측에서 슬쩍 끼어넣은 것이라고 한다. 이것을 보며, 한참을 웃었다. "우리 나라 최고의 신문.." 얼마나 야무진 환상인가?

조선일보는 아직도 꿈을 못 깬 모양이다. 공신력이 바닥을 헤메고, 부수가 우수수 떨어져가고, 지식인과 문화계에 의해 왕따를 당하고, 대학생들 사이에서도 선호도가 4위로 떨어진 3류 옐로우 페이퍼가 무슨 근거로 자기들을 "우리 나라 최고의 신문"이라고 부르는 걸까? 이렇게 자화자찬을 하면서 쪽팔리지도 않는가?

듣자 하니 요즘 조선일보는 중앙일보가 가판시장에 내버린 쓰레기를 주워먹으며 구차하게 연명을 하고 있다고 한다. 날로 드세어가는 안티조선의 물결, 사회로부터 점점 고립되어 남이 주워버린 쓰레기나 뒤지며 살아가는 조선일보가 자기를 "우리 나라 최고의 신문"이라 부른다. 어쩌다 대 조선이 이렇게 누추하게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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