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조반련] 2002/7/27(토) 13:19 (MSIE6.0b,Windows98,Win9x4.90,MSIE5.5/BRT) 211.202.154.46 1024x768

조선일보 인턴기자가 되려면 - 김동민   조선일보 인턴기자가 되려면 발행일도 호수도 없이 6월8일자 신문과 함께 배달된 조선일보 <독자와의 대화> 2면을 보니 인턴기자 체험기가 실려있다. 1기 인턴기자 김신록 학생(서울대 지리학과 4학년)의 글이다. 2기 인턴기자 모집에 지원하려는 과 후배의 궁금증을 풀어주려는 배려로 서두를 시작했다. 조선일보 인턴기자 제도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나로서는 대학생들이 조선일보 인턴기자 따위는 접어두도록 권하고싶지만, 어떤 이유와 동기로서든지 지원하고자 하는 그 선택을 존중한다. 다만 이들이 조선일보 기자들과 함께 한 인턴기자 체험으로부터 보고 들은 경험에 교정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글을 쓴다. 혹 이 글을 보게 된다면, 2기 인턴기자들도 참고하기 바란다. 김 양은 "기자에게 가장 필요한 자질이나 덕목은 노련함이나 처세술이 아니라 변치 않는 성실함임을 보여주었다"고 한다. 그럴까? 노련함과 처세술, 성실함. 이 중에서 선택해야 한다면 성실함이 정답일 수 있겠다. 나쁜 의미가 아니라면 처세술까지도 포함해서 모두 기자에게 필요한 자질이요 덕목이다. 그러나 이것은 기본이다. 선택지를 넓혀서 삼지선다형이 아닌 주관식 문제라면, 기자에게 가장 필요한 자질과 덕목은 공정함이 되어야 한다. 불공정한 기사를 쓰는 데 성실함을 보이는 것은 덕목이 아니라 악덕이다. 1기 인턴들 중에는 스스로 안티조선이라는 친구도 있었다는데 그 친구에게 한번 물어보라. 왜 안티조선이냐고. 아마 조선일보의 불공정함에 대해 동의할 것이다. 김 양이 감동했다는, 전날 늦게까지 과음을 하고도 멀쩡하게 출근해 근무하는 선배의 '한결같은 성실함'은 기자뿐 아니라 누구나 갖추어야 할 기본요건이지 특별히 기자만의 자질은 아니다. 반공의식으로 무장하여 37년을 한결같이 대결의식을 고취시키고 현실을 호도한 김대중 편집인의 '성실함'을 생각해보라. 김 양의 글이다. "한 번은 이런 적이 있었다. 인턴들과 조선일보의 논조에 대해 한창 논쟁을 벌이고 있을 때다. 대북관이 어떻고, 친미적이네 아니네 하면서, 해방 전후까지 들먹여가며 다들 거창한 이야기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이 때 한 친구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근데... 그냥 독자들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신문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항상 가장 많은 아이디어를 내고, 부지런하게 취재를 다니는 친구였다. 그 친구의 말에 우리들은 잠시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그 친구의 말이 옳아서 혹은 틀려서가 아니라, 우리의 고민 속에 '독자'가 빠져있었음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그 후에도 우리들의 이야기는 계속되었지만, '독자'가 원하는 신문에 대한 생각은 아직까지 내게 새로운 화두로 남아있다." 독자는 신문에서 무엇을 원할까? 재미? 무엇이 되었든지 간에 독자가 원하는 신문을 만들면 되는 것일까? 아니다. 신문은 독자가 원하는 것이 아니라 독자에게 필요로 하는 것을 주어야 한다. 원하는 것과 필요로 하는 것이 일치되면 이렇게 굳이 구분할 필요도 없겠지만 현실은 그렇지가 않다. 보약을 먹거나 병을 앓고 있을 때 금하는 음식이 있을 수 있다. 그럴 때면 꼭 그 금하는 음식이 먹고싶어진다. 그 음식을 원한다고 하여 먹게 해주어야 하는가? 같은 이치다. 편식을 하는 아이에게 아이가 원한다고 먹고싶은 음식만을 먹도록 내버려둬서는 안 되는 것도 마찬가지다. 김 양이 예로 든 논쟁의 주제 중에 대북관과 친미를 보자. 조선일보의 대북관은 국가안보상업주의와 관련이 있다. 김일성과 김정일, 북한을 공격하고 비난하면 신문이 잘 팔리는 것이다. 아직까지도 아메리칸 드림에 취해있는 국민들에게 친미적인 기사는 장사가 된다. 민족의 화해와 협력, 미국의 오만과 한반도의 위기, 그리고 민족의 자존심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 지역주의를 조장하는 것도 영남권 독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많은 독자들이 이런 기사를 원하고 재미있게 읽는다고 해서 신문을 이렇게 만들어서야 되겠는가. 기자의 머리에는 항상 독자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독자들에게 필요로 하는 기사가 무엇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끝으로, 4면의 <안티'안티조선' 사이트들>을 보자. 조선일보 인턴기자가 되려면, 적어도 조선일보가 사실을 어떻게 왜곡하는지를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뉴스타운의 한 회원의 말이라며 "안티조선운동의 특징은 파시즘"이며 "조선일보의 경우, 보수적인 정치면, 중산층 위주의 경제면, 자유주의 성향의 문화면 등 각 지면의 분야가 각각 성향이 다른데도 '안티조선'이라는 이름만으로 정치면, 경제면, 문화면, 혹은 특정기자에 대한 안티운동을 하는 것은 파시스트 운동과 다르지 않다"는 주장을 소개했다. 파시즘에 저항하는 운동을 두고 파시즘이라니 가치의 전도(顚倒)다. 조선일보의 정치면은 보수적이 아니라 극우적이며, 경제면은 중산층 위주가 아니라 재벌 위주이며, 문화면의 유사 자유주의적 성향은 그것을 은폐하려는 상업주의적 선택이다. 극우와 재벌의 이익을 관철시키기 위해 허위·왜곡도 마다하지 않는 게 조선일보다. 인턴기자 체험은 이러한 기사들이 만들어지는 메카니즘을 경험하고 세간의 평가를 확인하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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