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름:사무국 2004/6/4(금) |
 ‘친일진상규명특별법’의 개정방향 올 3월2일 제16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통과되었던 친일진상규명특별법의 제정 의의는 1949년 반민특위 해체 이후 중단됐던 친일역사 청산의 전기를 마련하였다는 점과 그 동안 민간 차원에서 이루어진 친일청산 작업이 정부 주도 아래 공식화되었다는 점에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친일진상규명특별법이 열린우리당 김희선 의원의 분투와 친일청산을 바라는 국민들의 여론에 힘입어 어렵게 국회를 통과하여 시행을 앞두고 있지만, 법률이 시행되기도 전에 개정을 논의하는 이유는 ‘보수 기득권 세력’들이 법안 발의 때부터 집요하게 법안 통과를 반대하고 심지어 ‘색깔론’까지 들고 나와 법안 원안의 중요 내용이 삭제되거나 축소되었으며, 친일진상규명작업을 방해하기 위한 조항들이 신설되기 때문이다. 이것은 특별법이 반민족행위자들에게 오히려 면죄부를 주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낳고 있다. 특히, 특별법안은 법제사법위원회의 심의과정을 거치면서 특별법 제정의 본래 정신을 침해할 정도로 심각하게 변질·왜곡돼 있어 실제로는 진상규명이 불가능할 정도로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간단히 몇 가지만 지적하면, 첫째 조사 대상의 축소와 제한 문제이다. 이는 국회 법사위가 법안의 조항에 ‘전국적 차원에서’라는 문구를 집어넣어, 지방에서 적극적으로 친일행위를 하여 일제 강점하 민족정신을 오염시킨 친일 문화예술인과 지식인, 언론인 등 대다수의 친일세력들이 조사대상에서 제외되는 결과를 낳게 한다. 둘째,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의 권한 미약으로 인한 조사활동의 제약이다. 셋째 친일 진상 규명 대상자의 보호를 강화한다는 이유로 친일 진상 규명과 관련된 국민의 알 권리와 언론출판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는 위헌적 조항의 존재이다. 넷째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의 활동기간도 5년에서 3년으로 단축되었다. 국회에 제출된 원안의 5년도 그리 긴 기간이 아니다. 몇년 전의 사건을 다루는 것도 아니고, 수십년 전의 사안을 다루는 일이므로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은 분명한데도, 단축한 것은 문제가 있다. 이 법안을 반대한 세력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졸속활동을 방지하기 위해서도 위원회의 활동기간을 늘려야 한다. 다섯째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의 위원 9명 모두를 비상임으로 규정한 것도 문제이다. 위원회 위원의 비상임화는 위원회 운영의 부실과 친일 진상 규명의 부실조사 및 책임소재 불명을 가져올 수 있다. 이는 위원회의 위상을 격하시키는 것이며 궁극적으로는 친일청산을 무력화시키는 고사작전으로 밖에 볼 수 없다. 따라서, 위원 중 위원장을 포함하여 최소 3인의 상임위원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본다. 17대 국회개원 초 시급하게 다루어져야 할 친일진상규명특별법의 개정방향은 국회에 제출되었던 법안 원안대로 다시 개정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라고 본다. 아울러 특별법의 개정과정에서 추가되어야 할 사항으로, 친일청산이라는 민족사의 중차대한 일을 처리하는 위원회에 그에 상응하는 권한과 조사 대상자들의 비협조에 대한 처벌규정이 추가되어야 한다. 그 동안 과거청산을 위해 탄생한 각종 정부 위원회 특히,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같은 경우 권한의 미약과 정부 관련부처의 비협조로 조사활동에 제약을 받는 것을 보고 있지 않은가 또한, 위원회에서 친일인물로 판정된 인물에 대한 훈장의 박탈 및 그 인물에 대한 기념관 등의 건립을 금지하는 조항이 추가되어야 한다. 아울러, 한발 더 나아가 친일파의 재산에 대한 국고환수 문제까지 포함해야 한다. 왜냐하면 민족반역행위인 친일의 대가로 취득한 재산은 법의 보호대상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끝으로 친일진상규명특별법은 우리 역사에서 더 이상 친일망령을 청산하여 뒤틀리고 왜곡된 역사를 바로세우고, 민족정기를 드높이자는 것일 뿐 특별법 제정 반대세력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그 어떠한 다른 목적도 없다는 점을 지적해 둔다. 이철호/한영대 교수·법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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