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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지금은 글을 쓸 시간이 없어 14년 전에 한겨레 논단에 실렸던 변형윤 교수님의 글을 대신해서 올리고자 합니다. 정말 이 글을 다시 읽을때면 모골이 송연해질 정도로 IMF의 뿌리깊은 원인을 콕 집어내는지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경제 문제에 있어서의 언론의 책임, 자본주의와 시장주의를 외치던 조선일보가 IMF 이전 이런 왜곡된 관행을 고치고자 노력한 것이 과연 무엇이란 말입니까? 변형윤 교수님은 서울대 경제학과에서도 저명하셨던 분이고, 정운찬이나 김태동과 같은 이 분의 제자들이 대학 강단에서 열심히 활동했던 것을 생각하면 조선일보 경제부 기자들 중에서도 IMF이전에 이러한 식견을 가질만한 사람들이 넘쳐 났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조선일보의 논조는 crony capitalism 비판에서 한발짝 비켜 서 있었습니다. 독재정권의 쇠락을 위기로 여겼을 조선일보 사주일당과 특권의식에 찌들어 있던 이들에겐 이러한 시장주의에 입각한 상식적 비판마져도 불그스름하게 보였을테지요. 왜곡된 경제문제를 조세포탈이라는 특권을 지키기 위해 외면했던 조선일보, 조선일보 불매운동을 벌여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 14년 전 한겨레에 실린 변형윤 교수님의 글로 대신하고자 합니다. ======================================================================================== 변형윤 “이제 사업 그만두려는 거요?” 지난 6일 그동안 궁금하던 부실기업 지원내용과 정리현황이 밝혀졌다. 지난 85년 5월 이후 지난 3월께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서정비된 70개 부실기업의 전체 부실규모와 지원 현황이 드러난 것이다. 우선 이 기업들이 금융기관으로부터 빈 돈이 9조 8천여억원, 그 정리에 따른 금융, 조세상의 특혜액이 9조 2천여억원, 이 간운데서 자산초과분(부실규모)이 3조 6천여 억원에 이름을 알게되었다. 이들 57개 기업이 금융기관에 진 빚 중에서 무담보분이 5조 2천억원(빚 전체의 76.1%), 이자를 깍아주거나 받지 않는 조건의 원금액이 4조 2천억원, 탕감받은 원금액, 즉 금융기관 결손분이 9800여억원, 한국은행이 이들 기업의 정리로 빚을 떠맡게 된 금융기관에 제공한 특혜금융액이 1조 7천여 억원, 기 이 기업들에 대한 조세 감면액이 2400여 억원이라는 놀라운 사실도 함께 밝혀졌다. 누구나 그 규모가 엄청난 데 놀랐을 것이다. 그릭 그러한 기업 부실의 여지는 그대로 남겨둔 채, 그리고 전체 국민에게 엄청난 부담을 주리라는 전제하에 어떻게 그런 무모한 것들이 가능했을까 하는 의구심과 더불어 치솟아오르는 문노를 억제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물론 나 역시 마찬가지이다. 다만, 다른 한편으로 혼자 생각에 쓴 웃음이 나오는 것은 어찌할 수 없다. 우선 부실기업은 주로 1970년대 이후의 무리한 중화학공업 추진, 중동 진출, 그리고 기업의 대형화등의 소산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일의 추진과정에서, 혹은 그런 분위기로 몰아가는 데 앞장섰던 정부 인사들이 이미 그 자리를 뜬데다가, 이제는 그들이 지나날의 잘못을 미화시켜 떠들더라도, 문책하기가 매우 어렵게 되었다는 생각이 떠올라서였다. 이 얘기보다 더 나를 실속케 한 것은, 나와 지면이 있는 건실한 한 노기업가의 술회와 시중은행 임원으로 있던 내 친구의 푸념이 떠올라서였다. 한창 중화학 공업이 추진되던 당시 그 노 기업가는 중화학 공업 계열의 한 기업을 설립했는데, 현재, 그 기업은 연 150억원의 적자를 내고 있다고 한다. 당시 자기 판단으로는 부담이 너무 엄청나 중화학공업에 참여하는 것을 주저하고 있었더니, 두 차례나 강력한 참여를 권유받았고, 그래도 망설이고 있으니까 “아니, 이제 사업을 그만 하려는 거요?” 라고 협박까지 하는 통에 할 수 없이 일을 떠맡고 이 꼴이 되었다고 개탄하는 것이었다. 당시의 분위기를 짐작하고도 남을 얘기다. 내 친구 은행원의 이야기는 비슷하면서도 대조적이다. 자기로서는 도저히 소생가능성이 없어 보이는 은행 관리하의 어떤 부실 기업을 놓고 논란을 벌이다 얼마만 더 지원해 주면 머지 않아 빚을 갚아 나갈 수 있다는 실무자의 보고에 따라 돈을 계속 빌려주었다는 것이다. 그러더니 나중에는 회사쪽에서 자기네가 도산하면 관련기업도 무더기로 넘어져 실업문제가 생긴다느니, 수출이나 국제신용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느니 하더니 심지어는 “기업을 언제 내가 원해서 만들었느냐, 강권에 못이겨서 만들었지” 하며 베짱을 내밀더라는 것이었다. 결국은 외부의 압력까지 겹쳐 계속 돈을 빌려주게 되고, 마침내는 은행이 그 기업에 말려들게 되었다는 것이다. 요즈음의 정부나 금융기관, 그리고 대기업의 행태는 이들과 과연 얼마나 달라져 있는 것일까. 지난 날과 다름없이 자신들의 편익만을 위해 국민들의 저축과 세금을 멋대로 운용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견제기능의 강화가 절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도 경제정책에 대한 자유로운 비판은 마땅히 허용되고 또 강화되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민주노조, 민주농협, 민주소비자 단체 등 다양한 민주단체들의 결셩 및 활성화를 역설하고 금융자율화 등을 포함하는 경제민주화의 조속한 실현을 강조하는 소이가 바로 여기에 있다. (1988. 7.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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