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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과 동아가 서로 상반된 내용을 들어 노무현을 공격하면 도대체 어쩌라는 거냐? 문성 기자 aemet@hanmail.net 'doormat'란 단어가 있다. 현관문에 깔려 있는 신발털개를 가리키는 말인데, 아무나 생각없이 밟아댄다 해서 '동네북'이라 번역되기도 한다. 내가 왜 느닷없이 '동네북' 소리를 꺼내는가 하면, 노무현 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처지가 그와 별반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노 후보가 지난 7일 '학벌없는 사회'주최 토론회에 참가하여 학벌폐해와 서울대 개혁방안에 대해 몇 마디 발언한 것과 관련하여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로부터 양면공격을 받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조선과 동아가 서로 상반된 이유를 내세워 노 후보를 다그치고 있다는 것. <조선일보>는 10일자 사설 <盧후보 '서울대論' 한 마디>에서 "개인적으로 서울대를 없애야 된다고 생각하지만 그렇게 말하면 신문에 크게 실리기 때문에 없애겠단 말은 하지 않겠다"고 말한 노 후보의 (농담조의) 발언을 문제삼아 이렇게 비판했다. ; "서울대의 존폐와도 관련될 수 있는 민감한 주제를 이처럼 '슬쩍 지나가는' 화법(話法)으로 언급한 그 방식은 일단 체계적이거나 신중함과는 거리가 있다... 노 후보는 이왕에 자신의 입장을 피력한 만큼 그렇게 툭 건드리고 지나가는 식 말고, 보다 대안적인 청사진을 내놓는 것이 대통령 후보에게 걸맞을 것이다."([조선 사설] 盧후보 '서울대論' 한 마디, 2002.9.10) 노 후보가 서울대 폐교와 같은 중차대한 문제에 대해 "대통령 후보로서의 정견(政見)으로까지 발전"시키거나 "대안적인 청사진을 내놓는"다든지 하는 식으로 접근하지 않고 그저 "툭 건드리고 지나가는 식"으로 말한 것이 불만스럽다는 것이다. 요컨대 대통령 후보의 발언치고는 너무 알맹이가 없고 경박하다는 것이 조선 사설의 요지. 그러나 <동아일보>에 가면 이야기가 180도로 달라진다. <동아일보>는 같은 날자 30면 상단에 올린 <서울대 폐교가 상책인가>(기자의 눈)에서 "개인적으로 서울대를 없애는 것에 찬성한다"는 노 후보의 발언을 부풀려 실체가 불분명한 호빵귀신('고스트바스터즈' 영화 마지막에 나오는 귀신. 사람들이 상상하는 대로 커진다)을 만들어냈다. 잠시 감상해 보자. "학벌주의 철폐는 사회 구성원의 의식과 제도의 개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이지 이 모든 책임을 서울대에 덮어씌워 '폐교'라는 극약처방으로 해결할 일은 아니다..." "학벌 철폐를 위해 서울대를 없애겠다는 발상은 '구더기가 무서워 애써 담은 장을 독째 내다 버리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주요 정당의 대통령후보가 서울대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 '시대착오적'이라는 반응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학벌주의에 대해 문제의식을 느꼈다면 성급하게 '서울대 폐지론'을 내세우기보다는 학벌보다 능력으로 평가받는 사회시스템을 만들 수 있는 정책을 제시하는 게 대통령후보의 역할이 아닌가 싶다."([기자의 눈] 서울대 폐교가 상책인가, 동아, 2002.9.10, 30면) <동아일보> '기자의 눈'에 따르면, 노무현 후보는 "학벌 철폐를 위해 서울대를 없애겠다는 발상" 하에 "서울대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소위 '서울대 폐지론'같은 '극약처방'을 일삼는 그런 사람이다. <조선일보> '사설'에선 알맹이 없는 말을 했다고 비판받던 노 후보가 동아일보에서는 '서울대 폐교'와 같은 '시대착오적'(?)인 주장을 서슴없이 남발하는 인물로 둔갑·변신하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한쪽에선 서울대 문제에 대해 너무 말을 아낀다고 때리고, 다른 한쪽에선 너무 말이 앞섰다고 때리는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조선에선 서울대 폐지 문제에 대해 대통령 후보로서 진지하게 말하지 않고 지나가듯 말한다고 두들겨대고, 동아에선 대통령 후보로서 '서울대 폐지론' 같은 극약처방을 주장했다고 두들겨패니 노 후보는 이래 저래 얻어맞는 동네북인 셈이다. 그러나 <오마이뉴스>의 보도에 의하면, 노 후보는 '학벌없는 사회' 초청토론회에서 서울대 문제에 대해 이렇게 말한 것으로 되어 있다. "서울대 학부 개방론도 있고, 서울대 민영화론도 있다. 또, 단과대를 분리시켜 지방으로 보내버리라는 의견도 제시된 바 있다. 직접 돈벌이를 목적으로 하는 학부는 없애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어느 것이든 서울대의 강력한 저항을 받아야 한다. 충돌에 의해 국민적 합의 만들어도 시행방법에 있어서 의견이 갈라진다. 좌절될 확률이 높다. 서울대를 잘라내고 죽이는 방법보다 (서울대와) 대등한 여러 학과를 만들어내고, 취업.인재할당제 등을 도입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할당제도 도입 연구해 볼 만하다..."(7일 오후 "학벌없는 사회" 토론회서 서울대 개혁 방안 등 제시, 오마이뉴스) 이것이 '서울대 폐교론'인가? 이것이 서울대를 없애자는 소린가? <동아일보> 기자는 아무래도 환청을 듣는 은사가 있는 모양이다. 노 후보와 대립하고 있는 조선일보조차 별다른 꺼리가 없어서 기껏 농담조의 말이나 붙들고 갈구는 마당에, 노 후보의 입에서 '서울대를 없애버리겠다'는 폭탄적인 말이 나왔다며 길길이 날뛰는 꼴이 안쓰러워하는 말이다. 그나저나 조선과 동아는 좋겠다. 언제든 맘만 먹으면 두들겨 팰 수 있는 동네북 '노무현'이 있어서. 하니리포터에도 송고한 기사입니다. 2002/09/10 오전 06:47 ⓒ 2002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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