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내 나는 그 입, 다물라! <13인위원회의 신문읽기21> 23일자 조선일보 '류근일 칼럼'을 읽고 오승훈 기자 painbird76@naver.com   옛 성현이 이르기를 방귀 낀 놈이 성낸다 했다. 온갖 악취 나는 짓은 다 해놓고 사회에 대고 이래라 저래라 성내는 <조선일보>를 보면서 성현의 말씀이 떠오르는 것은, 내 후각이 예민하기 때문일까. 물론 괄약근의 긴장이 이완돼 잠시 실례할 수도 있다. 어려운 말로 그건 인간이란 조건의 한계(?)니까. 그러나 최소한 염치는 있어야 한다. 자기들의 오랜 악취로 인해 주위에서 겪을 편두통과 의식불명에 송구스러운 마음은 가지라는 말이다. 아래로는 연신 껴대면서 위로는 고상한 척하지 말고, 그냥 자중하고 있으라는 말이다. 이건 시민사회의 상식(!)이다. 가뜩이나 소리 소문 없이 '진동모드'로 끼어대는 통에 무방비 상태로 당해온 시민들을 위해 본 위원, 오늘 그 냄새의 진상을 파헤쳐 보겠다. 8월 23일자 조선일보 [트렌드&아젠다]-'사람 분류법'은 이젠 진동으로도 모자라 볼륨 엄청 키워 가죽피리(?) 부는 한 사내의 단내 나는 이야기다. 이 칼럼에서 류근일은 한국 '지식인 사회의 이념분포'를 보수·중도·진보로 나눈 한 사회학자(이 사람 사회학자 맞아? 한국에 보수가 있긴 하나?)의 연구를 소개하면서 "사회과학적이고 이데올로기적인 분류방식이 인간을 규정하는 '너무 지나치게 압도적인' 잣대로 휩쓰는 일만은 없었으면 하는" 바람을 피력하고 있다. 말이야 바른 말이다. 문제는 류근일에게 이런 말을 할 아무런 자격이 없다는 데 있다. '이념의 진보성, 삶의 보수성'(임지현과 <당대비평>이 제기했지만 그들도 결코 자유롭지 않은)을 몸소 실천하고 있는 지식인들이 유난히 한국사회에 많은 것을 보면, '사회과학적이고 이데올로기적인 분류방식'으로 '인간을 규정하는' 것이 얼마나 부질없는 일이라는 것을 잘 알 수 있다. 류근일은 80년대 '우리 지식인 사회를 풍미했던 주력업종'이 '진보적 정치경제학'이었다면서 시대적 상황 속에서 그 나름의 '몫'이 있었지만 "이제 20여년이 지난 오늘의 변화된 상황에서는 그런 사회과학 일변도(?)의 '세상보기'와 '인간보기'가 과연 전적으로 바람직하기만 한 것인가 하는 데 대해 근본적인 성찰을 해볼 때가 되었다고" 말한다. 한 시대의 치열한 고민을 '주력업종'이라 부르는 시건방진 태도만 아니라면, 정치경제학 연구 동아리에 빌붙어 사는 나로서도 처음 듣는 '진보적 정치경제학'이라는 무식한 용어사용만 아니라면, 단 한번도 자기성찰을 해보지 않은 자들이 자기성찰을 운운하는 것이 꼴사납지만 류근일의 바람이 그 자체로 비난받을 일은 아니다. 사실 '정서가 거세된 이념'은 '강퍅함'을 낳고, 또 그 강퍅함이 디스토피아를 분만했다라는 인식은 이미 수많은 양심적인 지식인들에 의해 제기돼온 터이다. 다시 말해 '인간해방'을 목표로 하는 사회과학에서 어느새 인간이 거세되고 '권위화된 철칙'이 되었다는 반성. 물론 좌파진영의 이런 아픈 성찰을 류근일이 알고 있었을 리 만무하다. 자기 자신이 알지 못한다고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는 것은 얼마나 어리석은가. 자신의 지적 나태를 먼저 자숙할 일이다. 다시 류근일은 말한다. "이런 귄위화된 철칙들은 사회구성원 전체를 온통 '내편' 아니면 '네편', '동지' 아니면 '적(敵)', '좋은 쪽' 아니면 '나쁜 쪽', '죽일 ×' 아니면 '살릴 ×'로 갈라놓기 일쑤다." 류근일은 이런 말을 하면서 낯 뜨겁지 않았을까. 하긴 6·3세대의 전통을 머리에 얻고 <조선일보>로 투항해버린 그에게 이미 염치는 사치니까. 염치도 자격도 없는 <조선일보>의 류근일이라도 말은 바로 하자. "사회구성원 전체를 온통 '내편' 아니면 '네편', '동지' 아니면 '적(敵)', '좋은 쪽' 아니면 '나쁜 쪽', '죽일 ×' 아니면 '살릴 ×'로 갈라놓았던 '권위화던 철칙'은 사회과학이 아니라 오히려 한국사회의 광신적 극우적 반공주의였다. 자기와 생각이 다르면 빨갱이로 몰려 억울하게 죽임을 당할 수밖에 없었던 시대, 독재에 저항해도 '적', 권리를 주장해도 '죽일 ×'. 한국전쟁 후 반공주의는 우리 사회에서 일종의 만능열쇠가 아니었는가. 일제부역의 죄과를 덮고 살아남아 기득권을 대대로 누린 자들의 만병통치약. 그 미친 반공주의의 일등공신이 다름 아닌 <조선일보>가 아닌가 말이다. 자기와 사상이 다르다고 수많은 사람들을 가두고 고문한 신문. 오늘도 그 역할을 너무도 충실히 수행하고 있는 그 신문의 주필이 도리어 '권위화된 철칙'과 자기성찰을 들먹이며 사회과학을 매장하고 있다. <조선일보>와 자신이 한국사회에 끼치는 해악에 대해선 아무런 반성과 사죄도 없는 자들이, 악취나는 짓만 일삼던 <조선일보>와 류근일이 입으로는 '인간'을 말하면서 인간답게 살고자 하는 사람들을 다시 한번 유린하고 있다. 방귀끼고 오히려 성내는 <조선일보>와 류근일은 역시 장이 안 좋아 입 냄새도 장난이 아니다. <조선일보>와 류근일은 단내 나는 그 입을 제발 좀 다물라. 2002/08/24 오후 3:45 기사제공 기관 : 희망네트워크 ⓒ 2002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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