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티조선 문화제', 명계남씨 강연회 개최

오은진 기자 leoej@hanmail.net  

대구지역에 첫 눈발이 날리던 지난 7일 오후, 경북대 한 강의실에 모인 사람들은 추위보다 더 따끔한 명계남(영화배우)씨의 질책에 추위를 잊은 듯 했다.

"안티조선 운동, 물론 해야죠. 근데 대학생들이 좀 나서줄 수 없습니까? 요즘 여러분들의 주 관심사가 뭡니까? 토익점수를 높이는 겁니까, 부모 몰래 낸 카드 빚을 갚는 겁니까? 아니면 연애문제, 그것도 아니면 유학문제?"

대구지역에서 처음으로 개최된 '제1회 대구 안티조선 문화제'의 일환으로 열린 명씨의 강연은 이렇게 대학생들에 대한 따끔한 질책으로 시작됐다. 요즘 대학생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지 모르겠다며 자신의 대학시절 얘기를 꺼내는 명씨.

박정희 집권시절에 대학을 다니던 그에게 세상은 암담했고, 어떻게 이 암울한 세상을 바꿔볼까를 열심히 고민했었다. 어두운 세상에 맞서 으레 그 시절 학생들이 그러했듯 데모를 하고, 동기들과 모여 앉아 밤을 새워가며 개혁에 대한 논의를 했었다.

"그때는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개혁이란 건 있을 수 없던 시절이었습니다. 대통령 이름만 들먹여도 사형까지 당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세상은 어떻습니까? 여러분들은 이런 세상에서 뭘하고 지냅니까?"

명씨는 대학시절의 고민에 대해, "앞이 깜깜하던 그때, 나는 내가 교수가 되든 뭐가 되든 내가 속한 공동체에서 꼭 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사람이 될 것이라 생각하며 운동을 접고 연극만 했습니다. 사회에 나갔을 때 내가 속한 공동체에서 꼭 개혁을 하리라고 마음먹고. 그러나 그때는 이미 늦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고 했다.

우리사회가 가진 놈, 힘있는 놈들 중심으로 이뤄져 있기 때문에 그들의 이론이 되지 않고는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갈 수가 없고, 또 어떻게든 그들의 이론에 합류하게 되면 그 기득권을 유지하는데 힘을 더 쏟기 때문에 세상을 바꾼다는 생각은 아예 하지 않게 되더라는 것이다. 그렇기에 청년들이 힘을 써야한다는 게 명씨의 말이다. 그것은 기득권에 편승되지 않고 소위 말하는 줄에 닿지 않은 것이 '대학생'이라서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역사에서 민주화의 기폭제가 됐던 것도 대학생들이었다. 4·19혁명도, 6·10항쟁도 그러했듯이 말이다.

시대가 달라진 만큼 지금의 대학생들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그가 말하는 수단은 바로 '투표'이다. "투표는 그것을 통해 우리나라의 정치, 경제 시스템을 결정하는 행위가 되므로 매우 중요합니다. 이렇게 한 번 투표하는 행위가 적어도 십 년, 이십 년 우리사회 정치시스템에 영향을 미치는 겁니다. 그런데 대학생들은 대다수가 투표를 안 하지, 그렇기 때문에 좀 배웠다는 사람들이 조선일보 같은 신문에 휘둘려서 하는 투표 형태로 우리나라 정치가 결정된다는 겁니다"라며 투표하지 않는 대학생들을 안타까워했다.

명씨는 요즘은 대통령 선거에 신경을 쏟고 있기 때문에, 이번 대통령 선거가 끝나면 조선일보(조중동을 묶어서 이렇게 부른다)를 어떻게 박살낼 것인가를 생각중이라고 했다. 그는 "일제시대 때 일장기를 찍어냈던 조선일보 윤전기가 지금 독립기념관에 있는 이런 말도 안 되는 세상에 우리가 살고 있습니다"며 "당장 독립기념관에 가서 그것부터 들어내야된다"고 열변을 토했다.

그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조선일보를 없애야 하는 이유가 바로 '언론권력'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언론이 권력을 가져서는 안 되는 이유는 바로 사람들의 가치판단의 기준은 언론이라는 창을 통해 습득하는 정보에 의해 이뤄지기 때문입니다. 편중된 정보에 의해서는 잘못된 가치판단을 하기 때문에 언론은 공정한 기능을 바르게 해야 합니다"고 언론의 공정성을 강조했다.

이 같은 언론의 역할에도 불구하고 명씨는 "조선일보를 비롯한 언론들은 자신들이 의도한 대로 정보를 제공하고 여론을 호도하고 있습니다"며 이에 대한 근거로 "지난 두 달 동안 조선일보 1면 머릿기사의 대부분이 '"무슨무슨"의혹'이라는 표제를 달고 있었습니다. 이는 아주 교묘한 방법으로 여론을 호도하는 것입니다. 있지도 않은 사실을 마치 있는 것처럼 전하고 있는 것입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얼마 전 남·북이 경의선 철도를 연결하기로 합의한 역사상 대단한 일에 다른 신문들이 모두 1면 머릿기사로 보도할 때도 조선일보는 사회면 구석에 작은 기사로 다뤘습니다. 이런 파렴치하고 악질인 신문이 어디 있습니까"라며 조선일보의 만행에 흥분했다.

그는 대학생들에게 거듭 당부하기를, "그러나 이런 조선일보의 만행들을 국민들이 다 알 수는 없는 일입니다. 그렇기에 앞서서 각성한 사람들이 알려줘야 하는 것입니다. 대학생들이 알려줘야 하는 겁니다"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명씨는 "안티조선운동이나 선거에서 투표하는 행동이 세상을 바꾸는 겁니다. 행동하는 대학생들이 세상을 바꿉니다. 저도 대학생 때 투표를 안한 것을 후회합니다. 지금 내가 한 투표가 15년 후의 내가 사는 나라의 정치 시스템을 결정하는 것이라는 걸 잊지 말았으면 합니다"라며 "먼저 각성한 사람들이 행동을 하게 되면 결국 모두에게 똑같은 혜택이 돌아가게 됩니다. 결국 사회는 변하지 않았다고 할지라도 먼저 행동하는 사람들의 숫자가 점점 많아지면 사회가 변하는 건 더 빨리 가능해 질 것입니다"며 강연을 마쳤다.

행동하는 대학생이 돼 주기를 거듭 당부하는 명씨의 강연을 듣고 대학생이라는 신분에서 충분히 반성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었다. '내가 살고, 자주 찾는 지역에서부터 조선일보를 절독하게 만들고, 당장 다가올 선거에서 소신껏 투표를 하는 작은 행동이 모두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힘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한 명씨의 열강에 많은 학생들이 함께 하지 못한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2002/11/09 오후 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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