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김우룡 교수의 '신보도지침'에 대하여

김동민 기자 wanju@hanil.ac.kr  

웬만하면 존경하는 선배인 김우룡(외국어대·언론학) 교수에게 시비를 따지려 하지 않지만 어쩔 수 없게 됐다. <세계일보>에 기고한 '김우룡 교수의 미디어비평 - 신보도지침' 때문이다. 김 교수가 과녁을 겨눈 노조와 시민단체에서 강력하게 반발하면서 내게 반박을 해달라며 호소(?)해온 것이다. 김 교수님께서는 이해해주시기 바란다.

김 교수는 한나라당이 지난 8월 27일자로 방송 4사에 보낸 '신보도지침' 공문에 대한 논란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세 가지로 논점을 요약했다(김 교수는 '불공정보도 시정 촉구' 공문이라고 표현했다).

"정당은 방송사에 대해 어떤 의견 표시를 해서는 안 되는가? 그리고 한나라당의 요청은 모두 부당한 것들인가? 한편 언론의 자유는 언론인과 언론사의 전유물인가?

우선 논점 정리부터 잘못돼 있다. 한나라당을 옹호하려는 편향된 의도가 배어있기 때문이다. 이래서는 객관적인 논리의 전개가 불가능하다. 답이 뻔하지 않은가?

"정당은 방송사에 대해 어떤 의견 표시를 할 수 있다. 그리고 한나라당의 요청은 부당하지 않다. 한편 언론의 자유는 언론인과 언론사의 전유물이 아니다." 김 교수는 이렇게 미리 뻔한 답을 유도해내면서 갖은 궤변과 억지로 한나라당을 두둔한다. 특히 세 번째 질문은 아주 교활하기까지 하다.

"한나라당의 공문은 정권을 갖고 있지 않은 야당이 공개적으로 자신의 입장을 표명하고 협조를 구한 문서"였다고 한다. 이 공문에 대해 한국방송협회가 나서서 "방송의 자유와 독립성은 보장되어야 한다"고 성명을 낸 게 '소가 웃을 일이었다'고 김 교수는 비웃었다. 그 소는 누굴 보고 웃었을까?

김 교수는 '집권야당'이라는 말을 들어보지 못했을까? 아니면 그러한 현실을 부정하는 것일까? 국회 과반의석을 점하고 있는 무소불위의 한나라당이 MBC를 민영화하겠다는 당론을 정한 바 있으며, MBC에 대해 국정감사까지 하겠다고 만용을 부리고 있는 현실에서 그 공문이 단순히 '의사 표시'요 '언론의 자유'에 해당한다니 '소가 웃을 일'이 아닌가 말이다. 방송협회는 한나라당의 공문에 엄청난 부담을 느끼고 부당하다고 여겼기에 성명을 냈을 것이다. 이런 부담을 주는 게 언론자유의 침해가 아니고 무엇인가?

MBC 프로듀서 출신인 김 교수는 "방송 편성은 사회의 각기 다른 견해를 조정하고 이해상충 집단간의 합의에 따른 결과적 산물"이므로 "국민은 방송사의 보도와 편성에 대해서 어떤 의견이라도 내놓을 수 있고 방송운영자는 이러한 각계의 목소리에 겸허하게 귀기울이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했다. 지당하신 말씀이다. 문제는 한나라당과 일반 국민을 등치시켜 놓음으로써 논점을 헷갈리게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모기 소리만한 목소리로 의견을 내는 국민과 한나라당이 같은가? 그래서 억지와 궤변이요 교활한 질문이라 한 것이다.

김 교수는 "특히 대통령 후보의 아들이라는 이유로 한 젊은이의 초상을 밤마다 되풀이해서 내고 있다면 이 역시 인격권 침해의 소지가 없지 않다"고 하신다. 이 문장에도 역시 교활한 속임수가 있다. 이회창 후보의 아들 정연씨의 초상이 밤마다 되풀이해서 나오고 있는 이유는 단순히 대통령 후보의 아들이기 때문이 아니라 병역비리 의혹의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양식 있는 이라면 검찰에 출두해서 조사를 받도록 독려해야 옳지 않을까?

김 교수는 또 "병풍이 정치공작이라고 한다면 우리 언론은 검찰의 발표나 한 전과자의 일거수 일투족에 덩달아 춤추고 있어서야 되겠는가"라고 훈계를 하신다. 이걸 '조선일보 수법'이라고 하던가? 병풍이 정치공작이 맞다는 말인가, 아니란 말인가? 김 교수는 전과자의 말이라면 무조건 믿어서는 안 된다는 신념을 갖고 있는가?

김 교수는 끝으로 우리 언론의 '발표 저널리즘'을 비판하는 것으로 마무리를 하였다. 이 역시 원론적으로는 맞는 얘기지만, 이 병풍과 관련한 구체적인 상황에는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다. 김대업씨의 주장과 검찰의 발표를 공박하면서 이회창 후보를 돕기 위해 왜곡보도를 일삼는 신문들에게 무슨 발표 저널리즘 얘기가 나오는가? 김 교수야말로 사이비언론의 발표를 그대로 옮기는 '발표 기고리즘'를 하고 있다.

김 교수가 방송의 자유와 독립성이 보장되지 않아도 무방하다는 신념에서 이런 글을 쓴 것이라면 어쩔 수 없는 노릇이지만, 집권을 하게 되면 MBC의 인사권을 행사할 수도 있는 한나라당에 줄을 서는 것으로 보이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노파심이기를 바랄 뿐이다.


2002/09/27 오후 2:16
ⓒ 2002 OhmyNews  

  이름   메일 (관리자권한)
  내용 입력창 크게
                    수정/삭제     이전글 다음글           창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