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2002년 우리 언론의 수준이다" <조선>의 강천석씨는 우리 정치의 수준을 말하지만... 고태진 기자 ktjmms@kornet.net 아들을 불법적으로 병역을 면제시킨 정치인이 과연 대한민국 대통령이 될 자격이 있을까? 이 물음에 그렇다고 대답하는 국민은 아마 거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의혹의 진실을 정확히 밝혀내서 이회창씨를 집으로 보내든가, 아니면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는' 정치인으로 만들어 주어야 할 것이다.(과연 이 지구상에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는 인간이 존재하기나 할까?) 그런데 조선일보는 노무현 후보에 대해서는 검증이라는 미명하에 과거의 발언 한 마디에도 꼬투리 잡고, 오래 전 사망한 장인의 행적에도 문제를 삼으면서 이런 중차대한 '검증거리'는 한낱 더러운 정쟁으로 몰고 감으로써 의미를 깎아내리고 특정인을 편들려 하고 있다. 이 문제는 대통령 후보에 대한 자질 문제이기도 하지만, 실제로 검찰조사가 이루어진 계기에서 보듯. 개인간의 명예에 대한 문제이기도 하다. '전과자'와 사기꾼'으로 매도됐던 김대업씨와 '대쪽' 이회창씨 중 누군가는 분명히 거짓말을 하고 있으니 누가 사기꾼인가를 밝혀내 처벌받게 해야 하는 것이다. 엄밀히 말하자면 김대업씨와 한나라당의 명예훼손 소송 다툼인 것이다. 민주당은 단지 당의 이익을 위해 김대업씨의 편을 들어 한나라당을 공격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조선일보는 김대업씨의 주장은 밀쳐버리고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정쟁으로 부각시켜 본질을 흐리게 만들고 있다. 8월21일에 실린 강천석씨의 칼럼은 공공연한 '본질 흐리기'와 '편들기'의 전형이라 할만하다. 예사롭지 않은 대선 분위기를 느끼게 하는 현상은 또 있다.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 아들의 병역 면제 시비를 둘러싸고 민주당과 한나라당이 벌이고 있는 사생(死生)결단의 대혈투다. 이건 본 게임에 앞서 툭툭 건드려 보는 탐색전이 아니다. 단순한 기세 싸움도 아니다. 「너 죽고, 나 살자」는 피 튀기는 실전 상황이다. 사실 이 싸움은 어느 쪽이든 지는 쪽은 「퇴장」하거나 「자멸」할 수밖에 없게 돼 있다. (...) 그 이슈를 제기함으로써 얻는 소득이 분명할 때는 온건하게 공격하라,』 『파괴력만 염두에 둔 상대의 공격에는 신뢰도를 들어 반격하라.』 올 대선이 폭로전과 흠집내기로 일관되리라는 예감을 갖게 하는 전조(前兆)는 이 밖에도 여기저기 널려있다. 벌써 노무현 후보 장인의 6·25 부역(附逆) 문제가 한차례 소나기를 뿌렸고, 정몽준 예비후보의 관련 기업인 현대그룹과 현 정권의 유착문제 폭로 공연이 예고돼 있다. 이정연씨의 불법 병역면제 의혹은 과거 노무현 후보에 가해졌던 색깔론을 이용한 사상검증이나, 근거 없는 흠집내기와는 차원이 다른 문제이다. 엄연히 불법 행위이자 불법 행위를 감추기 위해 은폐를 기도하고 거짓말을 했느냐는 문제이다. 그리고 현재 검찰이 많은 부담을 안고 수사중인 사안이다. 이러한 조선일보의 태도는 현재의 병역면제 의혹의 본질을 '정쟁'의 차원으로 호도하고자 하는 것과 다를 것이 없으며, 공정한 검찰의 수사에 전혀 도움을 주지 못하는 자세이기도 하다. 투표의 방향은 과거 실적에 대한 평가와 미래의 비전에 대한 선택이 서로 얽혀들면서 결정돼 간다. 그러나 이번에는 유권자들에게 「평가다운 평가」나 「선택다운 선택」의 기회가 주어질 것 같지 않다. 후보 전원이 상대의 폭로 내용을 해명하는 시간을 내는 데도 쩔쩔 맬 판이다. 이것은 정치의 뒷걸음질이다. 물론 후보가 안개 속에 있고, 돌아가는 꼴이 진흙탕 싸움이라 해서 올 대선의 전망이 아주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우선 객관적 흐름이 있다. 6·13지방선거와 8·8 재보선에서 표출된 민심이다. 그 물길의 방향은 모두가 목격한 대로다. 다음은 그런 흐름을 만들어낸 요인에 대한 주관적인 판단이다. 먼저 현 정권의 부패와 실정(失政)이다. 그리고 「문민정부」에서 「국민의 정부」로 이어져온 뒤집고 거꾸로 세우는 식(式)의 10년 개혁에 지친 국민들의 휴식 욕구다. 드디어 이 칼럼의 본론이다. '후보가 안개속에 있고, 돌아가는 꼴이 진흙탕 싸움'일지라도 6.13 지방선거와 8.8 재보선에서 나타난 객관적 흐름을 쫓으라는 이야기이다. 병역면제 의혹 운운하는 폭로전과 흙탕물 싸움은 신경 쓰지 말고 근래의 선거에서와 같이 변함없는 '객관적 흐름'을 지켜서 투표하란 이야기이다. 병역 면제 의혹의 진실을 밝혀내어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는' 대통령을 갖고 싶다는 국민들의 희망을 이렇듯 무시해도 좋은 것인가? 당시 진료부장이었던 백일서씨와 미국에 체류중인 김도술씨를 독점 인터뷰할 정도로 병역면제 의혹에 대한 진실 규명에 애쓰던 조선일보의 열의는 도대체 어디로 가고 이제는 병역면제 의혹을 두 정당간의 정쟁으로 몰아 물타기를 함으로써 진실 규명을 위한 언론의 역할을 포기하려 하는가? 강천석씨는 이 글에서 '이번에는 유권자들에게 「평가다운 평가」나 「선택다운 선택」의 기회가 주어질 것 같지 않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이러한 의혹의 진실을 밝히는 것이 바로 올바른 평가와 선택을 하기 위함일 것이다. 조선일보가 몇 달전 국민 경선에 출마한 노무현 후보에 대해서 과거 가족사의 아픈 기억까지 들춰내며 사상과 자질을 그렇듯 가혹하게 검증한 것도 그것 때문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국무총리든, 대통령 후보든 '검증'의 잣대는 공정하여야 한다. 그래야 '검증'의 당사자도 승복하고 국민들도 납득한다. 노무현에 대한 말꼬리 잡기나 과거 행적 뒤지기, 사상 검증은 후보에 대한 정당한 검증 절차이고, 이회창 후보의 아들 병역면제 의혹에 대한 논란은 국민의 선택을 어렵게 하는 어지러운 정쟁이라는 쪽으로 의미를 부여하여 국민의 판단을 흐리려 한다면 애초에 이 언론부터 그 자격을 먼저 철저히 검증 받아야 하는 것 아닌가? 최고 발행 부수를 자찬하는 조선일보의 논설실장씩이나 되는 인사의 공공연한 특정정치인 편들기, 이게 2002년 우리 언론의 수준이다. [동서남북] 폭탄 하나에 목을 맨 與·野 ...... 姜天錫 아무래도 올 대선(大選)이 심상치 않다. 대선까지는 앞으로 넉 달이다. 말이 넉 달이지 추석 고개만 넘으면, 바로 코앞이다. 그런데도 영 보이는 게 없다. 97년 대선에선 8월 초 선두에 올라선 김대중(金大中) 후보가 그 기세로 결승점까지 내달렸다. 92년 대선에선 그 훨씬 전에 승패가 가려졌다. 4월에 접어들면서 누구 눈에도 김영삼(金泳三) 후보의 우위가 확연했다. 87년 노태우(盧泰愚) 후보의 승리가 내다보인 것은 그보다도 빨랐다. 한국 대선에는 막판 역전(逆轉)이란 드라마가 없는 셈이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다. 이번 선거는 이날 이때가 되도록 후보조차 확정짓지 못하고 있다. 이 시점에서 확실한 후보는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후보밖에 없다. 집권세력이 국민경선이란 요란한 팡파르와 함께 단상에 올려 놓았던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후보의 내일도 종잡기 힘들다. 여론조사라는 신흥(新興)종교의 말잔등에 올라타 엉덩방아를 찧고 있기 때문이다. 그 노 후보를 띄우고 내동댕이쳤던 여론조사가 지금은 한창 정몽준(鄭夢準) 의원의 등을 토닥거려 주고 있던 참이다. 몇 갈래의 신당이 출현할지, 또 그들이 누구를 울러메고 나올지 예측불허의 국면이다. 결국 올 대선 전망은 늦여름의 황사(黃砂)현상으로 시계(視界) 제로상태다. 예사롭지 않은 대선 분위기를 느끼게 하는 현상은 또 있다.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 아들의 병역 면제 시비를 둘러싸고 민주당과 한나라당이 벌이고 있는 사생(死生)결단의 대혈투다. 이건 본 게임에 앞서 툭툭 건드려 보는 탐색전이 아니다. 단순한 기세 싸움도 아니다. 「너 죽고, 나 살자」는 피 튀기는 실전 상황이다. 사실 이 싸움은 어느 쪽이든 지는 쪽은 「퇴장」하거나 「자멸」할 수밖에 없게 돼 있다. 폭로 전술(negative campaign)의 두 핵심 요소는 「파괴력」과 「신뢰도」다. 큰 펀치를 맞으면 KO패(敗)고, 헛방을 날리면 제풀에 나뒹굴게 되어있는 것이다. 링사이드에서도 싸움의 향방을 예측하기 힘든 것은 「파괴력」과 「신뢰도」가 반비례하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지금으로 봐선 클린턴 미국 대통령을 스캔들의 수렁에서 구출해 재선 고지에 올려놓았던 선거전문가 딕 모리스의 충고는 누구도 귀담아 들을 생각이 없는 듯하다. 『그 이슈를 제기함으로써 얻는 소득이 분명할 때는 온건하게 공격하라,』 『파괴력만 염두에 둔 상대의 공격에는 신뢰도를 들어 반격하라.』 올 대선이 폭로전과 흠집내기로 일관되리라는 예감을 갖게 하는 전조(前兆)는 이 밖에도 여기저기 널려있다. 벌써 노무현 후보 장인의 6·25 부역(附逆) 문제가 한차례 소나기를 뿌렸고, 정몽준 예비후보의 관련 기업인 현대그룹과 현 정권의 유착문제 폭로 공연이 예고돼 있다. 투표의 방향은 과거 실적에 대한 평가와 미래의 비전에 대한 선택이 서로 얽혀들면서 결정돼 간다. 그러나 이번에는 유권자들에게 「평가 다운 평가」나 「선택다운 선택」의 기회가 주어질 것 같지 않다. 후보 전원이 상대의 폭로 내용을 해명하는 시간을 내는 데도 쩔쩔맬 판이다. 이것은 정치의 뒷걸음질이다. 물론 후보가 안개 속에 있고, 돌아가는 꼴이 진흙탕 싸움이라 해서 올 대선의 전망이 아주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우선 객관적 흐름이 있다. 6·13지방선거와 8·8재·보선에서 표출된 민심이다. 그 물길의 방향은 모두가 목격한 대로다. 다음은 그런 흐름을 만들어낸 요인에 대한 주관적인 판단이다. 먼저 현 정권의 부패와 실정(失政)이다. 그리고 「문민정부」에서 「국민의 정부」로 이어져온 뒤집고 거꾸로 세우는 식(式)의 10년 개혁에 지친 국민들의 휴식 욕구다. 문제는 권력을 내놓지 않으려는 측의 공포심과 권력을 차지하고 말겠다는 측의 증오심이 맞부딪치는 폭로전과 이 돌발(突發)변수가 만들어낼 소용돌이다. 더욱 불안한 것은 두 정파만이 아니라 그들을 둘러싼 군중들까지 공포심과 증오감을 공유(共有)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시한폭탄의 심지는 타들어가고 있다. 파편이 튀는 각도에 따라 「자멸」과 「퇴장」이 결판날 판국이다. 불발(不發)이면 유권자만 진실에 눈멀게 되는 꼴이다. 모두가 불행한 선택이다. 폭탄 하나에 목을 매는 정치, 이게 우리 정치의 수준이다. ( 姜天錫/논설실장 ) 2002/08/21 오전 12:08 ⓒ 2002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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