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좋세기 2004/4/22(목) 추천:1

[펌] 조선일보여, 근거 없는 세대갈등 부추기지 말고 엄존하는 계층갈등부터 고민하라!   조선일보여, 근거 없는 세대갈등 부추기지 말고 이 땅에 엄존하는 계층갈등 문제부터 고민하라! - 이념과잉은 일반인이 아닌 너희들의 전유물이다 - (2004. 4.21.) 오늘도 식탁에 식구들이 둘러 앉아 아침 식사를 했다. 어젯 밤 늦은 술자리 탓에 식사 자리가 부담스럽지만 부모님 모시고 사는 처지라 숟가락 드는 시늉이라도 해야 했다. "그렇게 허구헌 날 술 마셔서 나중에 나이들면 어쩌려고 그랴?" 아버지께서 걱정을 하신다. "이제 얼굴도 꺼머지는 거 같어. 회사는 일만 하면 안된다냐?" 어머니도 짙은 주름살을 더 깊게 찡그리셨다. 중학교 다니는 딸내미는 "회사에서 술 안먹고 피해 다니면 아빠 왕따 되시잖아요?" 그럴싸한, 어쩌면 내 속내에 담긴 얘기를 저희들 식으로 풀어내 준다. 초등학생 막내 놈도 뒤질세라 "요즘 왕따시키면 사장님이 가만 안 둘걸" 한 마디 거들었다. 다들 입안에 밥이며 반찬이며 한 입 가득 물은지라 웃음을 참아내다 "에고 나는 술 먹기 싫은데 회사 다니려면 큰 일이다"고 짐짓 걱정하는 막내 놈 표정에 결국 식탁이 엉망이 될만큼 죄다 웃어 버리고 말았다. 4.15일 선거 날 아침도 우리 집 식탁 분위기는 비슷했다. 식사 끝내고 그 나이 어른들 그러듯이 아버지, 어머니는 옷 차려 입으시고 우리는 대충 입고 투표장으로 행했다. 점심 이후나 느긋하게 투표하려던 나를 재촉하는 건 늘 우리 부모님들 몫이다. 투표 끝나고 "이번엔 좀 바뀌려나" 정도가 집안에서 있을 선거에 대한 평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대선 때 일부 언론에 가정 안에서도 후보를 놓고 분란이 일어난 듯한 보도들이 나온 적이 있다. 또, 어떤 신문에는 칼럼인지 사설인지 기억이 안 나지만 그 후보 찍으면 학자금을 끊겠다고 협박하는 부모님이 있을 정도라고 세대 갈등을 걱정하는 내용도 나왔다. 도대체 우리 평범한 집에서는 상상도 못할 얘기들인 것 같아 혼란스러웠다. 정말 밥상머리에서 그렇게 고상하고 수준 높은 정치 격론이 일어나는 집들도 있구나 의심스러웠다.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큰일이라는 걱정도 들었다. 대통령 선거가 끝났다. 그리고 노년층이 그렇게 싫어한다던 노무현이 대통령이 되어 1년여의 세월이 흘렀다. 나는 이 때까지 선거 결과로 인해 부자지간 인연을 끊었다든지, 부모님이 학자금을 안 대줘 학업을 포기했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내가 워낙 불민한 탓인지 신문이나 방송에서 그런 기사를 접해 본 기억도 없다. 그랬는데 이번에도 빠지지 않고 일부 언론을 중심으로 선거 전부터 세대 갈등 걱정을 앞세웠다. 선거 끝나면 평상으로 돌아가겠지 했건만 조선일보가 오늘 "국정 안방의 아스팔트 세대"라는 칼럼으로 세대 갈등을 챙기고 나섰다. 평소 정치와 사회에 대해 예리하게 분석하고 균형된 시각과 점잖은 논조를 보여 꼼꼼하게 칼럼을 보게 만들던 홍준호 논설위원도 회사의 이익을 위해서는, 조선일보의 집단 이익 앞에서는 이럴 수 있구나 하고 크게 실망하게 만들 글이 아닐 수 없다. 세대갈등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존재해 왔다. 그리고 그것이 사회발전의 원동력이 되기도 하고 그것이 병적으로 악화되어 사회 문제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전 세계 역사상 어떠한 폭동이나 혁명도 세대갈등으로 촉발된 예는 없을 것이다. 또한, 세대 갈등이 이념으로 무장한 사례도 나는 들어본 바가 없다. 홍 위원이 그의 글에서 밝혔듯 '80년대 대학생이나 재야인사로 권위주의 정권에 저항하던 세력이 국정의 주도자'가 되는 건 물리적인 시대흐름상 당연할 뿐이다. 아직도 '식민지와 전쟁의 폐허를 일구고 민주화의 토대를 만든' 분들이 국정을 맡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 땅의 어르신들도 당연할 것으로 여기고 다만 "잘되야 할텐데"하고 걱정하실 것이다. 10선을 실패하고 정계를 은퇴한 아집에 찬 노 정치인과 같은 분들이 이 땅에 몇 분이나 계시겠는가 말이다. 홍 위원은 이를 세대갈등으로 표현하지 않았다고 반박할 지 모른다. 하지만 그것은 눈 가리고 아옹일 뿐이다. 홍 위원의 의도가 그렇지 않았다면 그가 글 초반에서 썼듯이 "세력" 간의 갈등 문제로 제목도 달고 계속 세대 문제로 글을 푸느냐 말이다. 정작 글 문맥 전체를 관통하는 것은 세력과 이념의 문제였다. 야당에도 많은 초선의원과 홍 위원 표현대로 "아스팔트 세대"가 많다. 이 땅에 묵묵히 일하는 아스팔트 세대들 많다. 하지만 그가 보는 시각처럼 베를린 장벽이 무너질 무렵에 가열차게 민족해방과 계급투쟁을 부르짖지 않았다. 87년 전두환과 노태우의 항복을 받는 데 일조한 사람들은 넥타이부대였다. 그 사람들이 90년대 초 민족해방과 계급투쟁을 부르짖었단 말인가. 부당한 노동탄압과 3당 합당이라는 정치적 쿠데타에 분노는 했을 것이다. 그 것도 세대 갈등이란 말인가. 조선일보나 야당 그리고 이 땅의 어르신입네 하는 일부 기득권층이 늘 강조하는 바와 같이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이념이 아니다. 그렇다고 홍 위원이 진정 원하는 실용주의가 무엇인지는 모르겠으되, 실용주의도 우리에게는 미사여구에 불과하다. 이 땅을 힘겹게 살아가는 우리에게 중요하고도 절박한 것은 삶일 뿐이다. 거기에 무슨 이념이 있고 따로이 세대가 있는가 답답하다. 조선일보 등이 중요하게 보고 있는 분야들을 따져보자. 미국 문제도 국익을 위해 줄 것 주고 협력할 것 협력하고 받을 것 받으면 된다. 아무리 우방이라도 우리 국익에 도움 안되면 싸울 것은 싸워야 한다. 북한 문제 마찬가지이다. 안보 개념상 주적일지라도 국익을 위해 줄 것 주고 협력할 것 협력하고 받을 것 받으면 된다. 안되면 싸워서 얻어내야 한다.(여기서 안보에 워낙 민감한듯 걱정하는 조선일보 등이 말꼬리 물고 늘어질까 염려되어 밝히는데 싸움은 결코 전쟁이 아닌 논쟁임을 알아주시기 바란다.) 우리의 70년대식 반공 논리 이미 무너진지 오래지 않는가. 일부 사회단체들이 혈서까지 쓰는 반공이라면, 어떤 국회의원(하도 인터넷 글 같고 고소해대서 이름 못 밝히겠네)이 국회에서 정책으로는 별로 내세울 것 없어서 열변을 토하던 반공이라면, 조선일보 등이 나라 무너진다 걱정해대던 반공이라면 중국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 묻고 싶다. 아직도 중공이라고 불러야 하는가, 아니면 중국이 자본주의 국가가 되었는가. 아니지 않는가 말이다. 냉전시대를 지배했던 이데올로기 논쟁을 세대 간 인식 차이에다 덮어씌워 무얼 어쩌자는 얘기인가 말이다. 선거 운동 기간 중에 우군 세력 결집을 위해 활용한 이슈 정도로 해야 하는 문제라는 점에 내심으로 그들도 인정하리라고 생각한다. 설익은 이념과잉은 조선일보의 문제이지 일반 국민들이나 현 정부의 문제가 아니다. 그럴 틈도 없으리라는 것은 필부인 나로서도 감지되는데 일선 취재기자들 많이 거느린 홍 위원 같은 분들이 모른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꼭 적반하장을 들먹거리게 만들지 않았으면 한다. 그리고 언제 운동권 학생들이나 재야 인사들이 '법은 언제든 불복종할 수 있는, 자신들이 추구하는 정치적 가치의 하위 개념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인식했는지 의문스럽다. 그래서 다 옥고를 치르거나 수배당하거나 하지 않았는가, 그들은. 그들이 법 집행자인 경찰이나 검찰에 복종하지 않으려고 테러했는가? 이런 논리를 왜 대기업에는 들이대지 못하는가 '법은 언제든 회피하거나 속일 수 있는 영리적 가치의 하위 개념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인식하는 집단은 아니냐고. 그 것이 더 심한 불복종 아닌가 말이다. 항상 뒤로 숨고, 돈으로 막고, 로비로 떼우고 그것이 바로 불복종이고 법치주의를 깔아 뭉개는 행위이지, 독재정권, 군사정권이 총칼로 만든 실정법에 항거하다 공권력 행사라는 미명하에 희생하며 형식적 법치주의 조차 순응한 사람들에게 불복종을 운위하는 망발을 서슴지 않는 조선일보야말로 그릇된 이념의 망령에 휩싸여 있음을 엄중히 경고하고자 한다. 이제 현실로 돌아와 주위를 살펴라, 조선일보여. 같은 동네에서도 하나에 몇십억원 아파트를 코 앞에 둔 달동네에 사는 어린 아이가 "이런 데 살아서 지구만큼 속상하다"고 울먹이는 TV 프로그램에 눈시울 한 번 적셔보아라. 자기가 원하는 당 후보 아니라고 이번 총선 운동에 나선 후보에게 "여기까지 왜 왔느냐. 지들이 게을러서 돈 못벌어 놓고 열심히 돈 번 우리더러..."라고 쌍심지 켜던 천박한 노인네 얼굴에 분노와 애처로움을 느껴 봐라. 단정하건대, 이 땅을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은 세대간의 인식 차는 삶에 있어 결코 큰 문제가 아니다. 내가 모셔야 할 부모님이고, 그 분들에게는 당신들이 손수 길러 준 자식들이다. 양측의 눈 깊은 곳에는 이미 서로 존중하고 사랑해야 한다는 인간 본성이 깔려져 있다. 문제는 계층간 갈등이 이제 쉬쉬하고 숨겨 넘어갈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자칫 사회의 근간이 흔들릴 수도 있을 정도로 심각하다는 점, 이 것이 대를 물려줄 수 있는 위험 자산이라는 사실을 깊게 생각해야 한다. IMF 이후 심각해진 가계의 빈곤 평준화와 실업, 부동산 가격의 준동 등이 곂친 결과이지만 경제나 시장 논리만으로 풀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음이 사회 곳곳에 감지된다. 부디 있지도 않은 세대갈등에 애써 불씨 만들어 보려 하지 말고 이 준엄한 사회의 메세지들에 귀기울여 공론화하고 대안들을 찾아보는 공기의 역할에 충실해 주길 당부 또 당부한다. 조선일보여, 그리고 이 문제 접근하는데 너무 시장 시장 하지마라. 예전에는 계획경제 국가도 아닌데 5개년 계획이 어떻고 왜 했는가. 시장 기능만으로 해결되지 않거나 시장 기능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으면 국가 외에 우리에게 누가 이런 일 해 줄지 자문하고 답을 내놓아야 한다. 끝으로 홍준호 논설위원님께는 아직도 그의 시각에 글에 깊은 관심과 존경이 있음을 밝히고, 거친 표현 있었으면 미숙함을 너그럽게 용서해주길 바란다. 좋세기(좋은 세상을 기다리는 마음)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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