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김문경 2003/5/10(토) 추천:

조선일보 사장에게 띄우는 어느 독자의 공개 편지   조선일보 사장님께. 안녕하십니까? 이 글이 사장님께 직접 전달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긴 하지만, 아무튼 저는 오늘 귀 신문을 읽으며 무척이나 답답하고, 안타깝고, 또한 착잡한 심경에서 부득이 사장님께 몇 자 글월을 드릴까 합니다. 우선 제가 말씀드리고자 하는 내용의 결론부터 적어 올리자면, 저는 오늘 날짜로 조선일보를 읽지 않으려고 합니다. 조선일보의 수백만 독자들 중에서 저 한 사람 신문을 안 본다고 하여 귀사 측의 입장에서 볼 때 무에 그리 대수로운 일이야 될 수 있겠습니까 마는, 아무튼 그래도 수십 년 동안 매일 같이 귀 신문을 애독해 온 독자의 입장에서 근래 귀 신문을 읽으며 느낀 일련의 소회와 안타까움, 실망감 등에 대해 비록 글월로나마 몇 말씀 고언을 드리고 나서 절독을 해야 그동안 제 상심했던 마음이 조금이라도 달래질 것 같아 부득이 이렇듯 글월을 전하려하오니 바쁘시더라도 끝까지 읽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럼 제가 왜 조선일보를 절독하려 하는지 그 이유를 말씀드리기 이전에 먼저 사장님께서 저에 대해 혹 또 어떤 그릇된 선입견이나 오해를 가질까 염려되어 간단히 제 신상소개부터 할까 합니다. 저는 금년 40대 초반의 남자로서, 출생지는 강원도 영월이며, 현재의 직업은 조그만 인터넷 서비스 사업을 운영하고 있는 자영업자입니다. 그리고 조선일보를 구독한지는 제가 18세 때부터니까 만 20년이 넘었습니다. 또한 저의 정치적인 성향이나 이념은 특별한 것이 없으며 그저 이 사회의 평범한 시민의식을 지닌 한 사람입니다. 따라서 저는 요즘 흔히들 말하는 진보니 개혁이니 하는 류의 세력들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다는 것을 미리부터 말씀드리오니, 부디 제 글에 대해 어떤 부정적 선입견 같은 것을 가지시지 말고 액면 그대로 읽고 이해해 주신다면 고맙겠습니다. 그렇다면 제가 왜 오늘부터 조선일보를 읽지 않으려는 것인지 그 이유를 설명 드리겠습니다. 저는 어린 시절부터 아주 오랜 세월 조선일보를 애독해왔었기 때문에 그동안 제가 성장해 오면서 제 의식과 지식의 상당 부분은 조선일보의 기사와 논조를 통해서 형성되고 성숙되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귀 신문으로부터 지대한 정신적 영향을 받은바 있습니다. 특히 과거 선우 휘 님께서 주필로 재직할 당시만 해도 정말 조선일보의 논조와 기사는 대부분의 우리 국민들에게 이 사회의 진실과 양심과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는 척도로서 받아들여 질만큼 매우 건전하고 정확했었다고 기억합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아니 좀 더 정확히 그 시기를 말씀드리자면, DJ정부 시절부터 조선일보는 사회적 公器로서의 사명과 윤리의식을 점차 망각한 채 오로지 자신들만의 아집과 주장과 이익과 권력만을 추구, 지향하는 우리 사회 또 하나의 거대한 이기적 세력집단으로 변모해가기 시작했다고 보여집니다. 특히 요즘 노무현 대통령 당선 이후부터는 아침에 귀 신문을 집어 들어 펼칠 때마다 그야말로 심한 구역질이 느껴질 정도로 귀 신문은 너무나 지저분한 그 속내를 뻔히 드러내 보이면서 순전히 盧 정권에 대해 사사로운 악의로 가득 찬 적대적 감정과 불만을 기사와 논설이라는 이름으로 교묘히 짜깁기하여 대중들에게 전파, 선동하고 있음을 느끼게 됩니다. 제가 굳이 이 글에서 귀 신문의 어떤 행태와 어느 날짜, 어느 글들이 그렇듯 악의적이냐 하는 점을 새삼 거론하거나 지적하지 않더라도 그것은 이미 세상의 알만한 사람들은 거의 다 아는 사실이고, 사장님 자신 또한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계실 테니까 그 부분은 생략하도록 하겠습니다. 조선일보 사장님. 정말 왜 꼭 그리해야만 하십니까? 조선일보가 어느 작은 시골동네의 생활정보지도 아니고(사실 요즘 벼룩시장과 같은 생활정보지에서조차도 귀 신문에서 자행하는 그런 교활한 짓은 잘 안 합니다), 그래도 이 나라의 최고 언론매체라고 자부하는 집단에서 어쩌면 그렇듯 본인들의 양심에 어긋나는 행태들을 계속하여 자행하는 것입니까? 차라리 무식하고 막 되어먹은 사회 하류층 집단에서 그런 짓을 한다면 그것은 단순히 무지몽매해서 그러는 것이라 생각하고 일면 너그러이 용서하고 이해할 수도 있겠습니다마는, 최소한 조선일보에 적을 두고 계신 분들 정도라면 정녕 무엇이 옳고 그른 것인지는 내심 다 분간하여 알고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행동들을 계속하니 이는 참으로 용서받고 이해 받기 어려운 일이라고 봅니다. 아예 툭 까놓고 말해, 귀사 일부 고위 경영진이나 제작진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그렇게 마음에 안 들고 미우면 개인적으로 쫓아가서 욕설을 퍼붓던가 멱살잡이라도 하던가 하실 일이지 어찌하여 귀사가 소유하고 있는, 이른바 사회의 공기라 일컬어지는 언론매체들을 총 동원하여 그렇듯 교묘하게 특정인의 온갖 허물과 약점을 대중들에게 집요하게 전파하고 그릇된 선동을 해 대는 것입니까? 그것은 정말 너무나 비인간적이고 교활하며 비겁한 행동이지 않습니까? 조선일보 사장님. 요즘 노무현 정부에 대한 비난 일색으로 가득 채워진 귀 신문의 논조나 기사가 정말 아무런 악의나 저의도 없는 순수한 언론매체로서의 건전한 보도이고 비판이라고 생각하십니까? 한번 가슴에 손을 얹고 조용히 생각해 보십시오. 귀 신문에서 아무리 교묘한 글 쓰기로 그것을 숨기고 위장하려 해도 애당초 나쁜 의도를 가지고 글을 쓰게 되면 이미 독자들은 마음 속 느낌으로서 바로 그것을 느낄 수가 있는 것입니다. 당신들의 잔머리로서 수백만 독자들을 다 속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너무도 시대착오적인 발상이자 오산일 것입니다. 그리고 당신들만의 주장과 말만이 맞고, 당신들만이 이 사회의 옳고 그름을 바르게 판단할 수 있다는 오만한 태도 또한 하루빨리 버리십시오. 우리 사회의 문화나 이념, 국가 정책에 대한 평가는 각 분야의 전문가나 국민들에게 맡기고 당신들은 언론 본래의 사명인 사실의 보도, 건전한 비판에만 주력하십시오. 이젠 그야말로 귀 신문의 전매특허와도 같은 `마음에 안 드는 놈 끝까지 물고 늘어져 씹고 헐뜯기`에도 신물이 납니다. 제발 좀 고만 하시고, 고정들하십시오. 사회의 공기인 언론은 공정무사함이 그 생명이라고 봅니다. 정치, 이념적으로 어느 한쪽에 편향되거나 사사로운 감정에 치우쳐 보도를 하게 되면 이성이 있는 독자들은 절대 그 언론을 신뢰하지 않습니다.(참고로 그러한 면에서 볼 때 귀 신문과 반대의 성향에 있는 한겨레신문 역시도 저는 올바른 언론의 정도를 걷고 있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아무튼 지금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다 변하고 있는데 유일하게 변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사람들이 누군지 아십니까? 그들은 바로 조선일보의 일부 나이 든 구시대 언론인들입니다. 그런 구태의연한 사람들의 의식과 판단에 따라 계속 신문을 제작한다면 앞으로 조선일보 역시 새로운 시대조류에서 낙오함은 물론 대다수 국민들로부터 외면당하게 될 것입니다. 조선일보의 그 좋은 조건, 그 오랜 전통, 그 대단한 역사적 성과, 그 우수한 인적 자원을 가지고 정말 올바르게 언론의 정도를 충실히 지켜간다면 얼마나 많은 국민들로부터 신뢰받고 사랑 받는 언론매체가 되겠습니까? 그런데 왜 그렇듯 일부 그릇된 내부인들의 낡은 의식과 주장, 사적인 감정놀음에 귀사 전체가 휘말려 그런 영광과 기쁨을 스스로 다 버리고 점차 나락의 길로 접어드려는 것인지 저는 정말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저는 어릴 적부터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조선일보의 그 신속, 정확한 보도와 논조, 그리고 사회 각 분야 문제점들에 대한 사심 없는 날카로운 비판에 대해 높이 평가해 왔으며, 조선일보와 같은 좋은 신문의 기자나 칼럼니스트가 되어 활동해봤으면 참으로 좋겠다는 생각을 해 왔던 사람입니다. 또한 조선일보를 읽다가 더러 다른 신문들을 읽게 되면 그 기사나 논조의 심층성과 예리한 분석력, 신속성이나 정확성, 신뢰도 등이 현저히 뒤떨어져서 반드시 조선일보를 되찾아 읽곤 했었던 사람입니다. 그런데 저 만큼 한때 귀 신문에 대한 신뢰와 애정을 가졌던 독자가 이젠 귀 신문의 지면만 펼쳐 들면 마치 시정잡배들의 저질스런 싸움판 이야기를 읽고 있는 듯한 혐오감 때문에 도저히 더 이상 신문을 읽을 수 없게 되었다는 이 사실을 당신들은 정녕 어떻게 받아들이시겠습니까? 이 역시 단순히 노무현 꼬붕들이 펼치는 이른바 안티 조선운동의 한 수작이라고 가벼이 매도하고 넘어가겠습니까? 만일 저의 이 글을 읽고도 사장님이나 혹자들이 그렇게 평가하신다면 그런 분들은 너무도 현실의식과 감각이 뒤떨어진 분들입니다. 최소한 언론인으로서 기본적인 판단력과 인식감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다른 사람의 말이나 글을 몇 마디만 듣고 읽어도 그 말이 어느 정도의 순수성과 진실성이 있는지를 느낌으로서 바로 알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현재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 인간적 호감을 느끼고 마음속으로나마 성원과 지지를 보내고 있는 사람이긴 합니다만, 꼭 그런 연유에서만이 근래 귀 신문의 보도와 논조태도에 불만을 갖는 것은 아닙니다. 과거 김대중 대통령 시절, 저 역시 개인적으로는 귀 신문사 분들과 같이 그 분을 별로 지지하지 않았었지만, 당시 DJ정부가 추진하는 거의 모든 정책에 대해 사사건건 마치 야생의 하이에나 떼들처럼 온갖 저열한 수단과 방법을 다 동원하여 그 분을 마구 헐뜯고 공격하는 귀 신문을 보면서 참으로 사람들이 어떻게 저렇듯 잔인하고 야비할 수가 있을까 하는 마음에 저는 이미 그때부터도 귀 신문에 대해 많은 실망감을 느끼고 가져온바 있습니다. 아무튼 거듭 지적 드리건대, 제가 근래 특히 조선일보의 지면에서 극심한 혐오의 느낌을 받게 되는 원인은, 그 기사나 논조에 순수성이라고는 찾아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대부분 어떤 저의와 사감이 바탕에 베어있음은 물론 또한 그것을 보도와 비평이라는 형식으로 교묘히 위장하여 독자들에게 이를 부단히 주입시키고 대중적 불만을 선동하려는 귀 신문의 그릇된 작태 때문입니다. 쉽게 예를 들어, 노무현 대통령이 밉고 싫으면 차라리 밉고 싫다는 사실을 노골적으로 표현하면 덜 역겨울 텐데(이 역시 언론매체라는 사회적 공기를 개인적 감정표출의 도구로써 사사로이 이용할 땐 문제가 있지만), 귀 신문은 노무현이 밉고 싫다는 저의조차도 교묘히 숨긴 체 이를 마치 언론의 건전한 비판으로 포장하거나 위장하여 거의 매일매일 악의적으로 노 대통령을 비난하는 보도와 논조를 펼치니 더욱 역겨워지는 것입니다. 요즘 일부 언론매체에서 자신들에게 다소 비협조적인 노무현 정부의 대 언론 정책을 두고 `언론의 자유` 운운하며 비난들을 하지만, 이는 참으로 현실감각이 없는, 마치 흘러간 유행가 가사와도 같은 시대착오적 항변과 주장이라고 봅니다. 이제 한국 사회는 언론의 자유를 거론할 시기를 이미 지나서 오히려 `언론으로부터의 자유`를 심각하게 생각하고 거론해야 할 정도로 한국의 거의 모든 언론은 방종과 군림에 가까울 정도의 자유와 권력을 누리고 있으며, 또한 국가와 국민에게 끼치는 그 폐단과 폐해 역시 극심하다고 봅니다. 아무튼 처음엔 간단히 글월을 드리려 했었으나 쓰다 보니 다소 길어진 감이 있습니다. 몇 년 후 혹시라도 제가 다시 조선일보를 집어 들었을 땐 좀 더 올바른 신문이 되어있기를 바랍니다. 제가 너무 화가 나고 실망스런 마음에서 다소 과격한 표현을 사용한바, 귀 신문에 대해 한때 애정을 가졌던 애독자의 순수한 의도에서 비롯된 충고라 생각하시고 너그러이 이해해 주셨으면 합니다. 끝으로 제가 조선일보의 오랜 독자로서 귀 신문에 대해 마지막 남아있는 약간의 애정으로서 꼭 한 가지 권고와 충고의 말씀을 드리면서 이 글을 마치겠습니다. 조선일보 사장님. 바라옵건대, 귀 신문이 예전의 그 빛나는 명성과 위상을 되찾고 그 동안 독자들에게 실추된 신뢰와 사랑을 회복하려면 지금이라도 과감하게 언론 본래의 순수한 모습으로 돌아가십시오. 아직도 늦지는 않았습니다. 또한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닙니다. 한국사람들은 그 기본정서가 매우 순박하고 단순하기 때문에 내일이라도 당장 귀 신문 1면에 `조선일보가 과거를 반성하고 새롭게 태어나겠습니다`하는 진심 어린 社告를 큼지막하게 내고 이를 실천만 한다면 귀 신문의 명예회복은 하루아침에 이루어 질 것입니다. 과거의 오류를 시정하고 솔직하게 반성하는 것은 결코 비굴하거나 부끄러운 일이 아닙니다. 그것은 오히려 대단한 용기와 진실된 모습으로써 독자들에게 받아들여 질 것입니다. 명분이나 모양새 역시 그다지 궁하거나 흉할 것이 없습니다. 이를테면 강한 권력이나 또는 일부 극렬 반대세력들이 겁나서가 아니라, 진정 어린 독자들의 순수한 권유와 제안을 참고하여 앞으로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나려고 한다고 선언하면 되는 것입니다. 만일 귀 신문이 이와 같은 노력이나 결단조차도 없이 오직 시대에 뒤떨어진 그 낡은 사고와 아집만을 고집하며 앞으로도 계속 그러한 오류와 잘못을 되풀이한다면 약20년쯤 후 귀 신문은 이 사회 모든 중심세대들에게서 왕따를 당하여 동네의 경로당이나 복덕방에서 몇몇 노인네들 끼리나 돌려보는 초라한 3류 신문으로 전락하고 말 것입니다. 부디 귀 신문의 오랜 독자가 전하는 이 고언과 충언을 가벼이 흘려 듣지 말기를 부탁드립니다. 그럼 이만 줄이겠습니다. 총총. 2003년 5월 4일 독자 김 문 경 삼가. 추신: 한참 동안 글을 다 써 놓고 보니 이 글은 비단 조선일보 사장님뿐만 아니라 조선일보에 근무하시는 모든 분들과 독자들에게까지도 한번쯤 읽게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바, 귀사의 홈페이지에는 물론 다수의 관련 사이트에도 게시할 계획이오니 양지하시기 바라며, 또한 저의 글에 대해 이견이 있으시면 제 메일 주소로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e-mail:kkk1923@hanmir.com] 가이아: 5년 정치 문외한으로 나돌던 내가 열혈 안티 좃선이 된게 작년 대선기간. 앞 뒤 싹뚝 잘라 지네 씹기 좋은 부분만 쓰는 꼬라지가 미워 이러저리 찾아 봤더니, 역쉬 근본 태생부터가 글러 먹었더만. 벼룩좃선이 언제나 창간 될라나..  [05/13-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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