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1202 : 조선일보를 엇애려면---10가지 단상 (서프라이즈 폄)

♧ 이름:전직기자
♧ 2003/1/9(목)
♧ 추천:

조선일보를 엇애려면---10가지 단상 (서프라이즈 폄)

이름: 전직
2003/1/9(목)
조회: 108
점수: 75

조선일보를 엇애려면---10가지 단상
<조선일보를 없애려면…10가지 단상>

1. 저들은 여전히 건재합니다. 신문의 힘은 기본적으로 특종에서 나옵니다.
무엇이 저들로 하여금 특종을 만들게 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조선일보가 8일자 조간으로 보도한 '문희상 비설실장 임명'은 단연 특종입니다. 특히 최근들어 대부분의 신문이 인수위와 관련된 추측성 보도를 남발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더욱 빛나는 특종으로 평가됩니다.

2. 저는 조선일보 기자들을 옆에서 지켜볼 기회를 많이 가졌던 사람입니다. 옆자리 부스가 그들이었던 적도 여러 번 있습니다. 저는 전직기자입니다.

3. 조선일보가 없어져야 한다는 점은 이론의 여지가 없습니다.
서프의 독자 여러분들이 저보다 훨씬 잘 아시겠지만 그들의 행태가 계속되는 한 역사의 발전도 통일도 불가능합니다. 조선일보에는 근대화 이후 민족사회의 발전을 가로막은 모든 해악이 뭉쳐져 있습니다. 외세와 결탁한 수구기득권 세력을 총체적으로 상징하고 보호하며 선동하는 곳도 조선일보입니다. 마땅히 타도돼야 합니다.

4. 문제는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그들 나름대로의 경쟁력과 강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저들의 특장점을 말하면 흥분할 분이 많다는 사실을 압니다. 그러나 저들을 차분하게 뜯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고 했습니다. 신문종사자였던 입장에서 본 그들의 강점을 말씀드리려 합니다.

5. YS시절 불거져 나왔던 ‘노태우 대통령 비자금 4,000억설’을 기억하실 겁니다. 노태우는 물론 백담사를 다녀왔던 전두환까지 감옥에 보내는 단초가 된 기사입니다.
이게 어떻게 기사화됐느냐. 서석재 당시 총무처장관이 기자들과 술자리에서 말한 게 발단입니다. 당시 술자리에 참석했던 기자는 6명이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술자리가 끝나갈 무렵, 문제의 발언이 나왔습니다.(그 것의 서석재의 실수였는지 아닌지는 아직도 미스터리로 남아있습니다. 공식적으로는 실수로 돼 있지만…). 6명의 기자중에 3명은 아예 회사에 보고도 하지 않았습니다. 회사에 보고한 3명중에는 조선의 기자도 포함돼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다음날 아침 신문에는 아무 곳에도 실리지 않았습니다. 조선만 빼고요. 똑같이 들었지만 결과적으로 그들의 대특종이 됐습니다.
이 사례는 최소한 저들의 업무 프로세스가 효율적이라는 점을 얘기해 줍니다. ‘업무 프로세스’라고 표현했지만 실은 그 이상입니다. 아무리 술을 먹어도 감각을 유지하는 현장기자와 보고 시스템, 야간 당직 데스크의 판단 능력, 늦은 시간에 윤전기를 멈추고 원고지 1장반짜리 기사를 톱으로 내보내는 과감성 등등 모든 것은 단순히 업무 프로세스라고 보기에는 어려운 것입니다. 업무에 관한한 프로의식으로 뭉쳐진 집단이라는 게 사실입니다.

6. 조선 경제부의 한 팀이 있었는데요. 중앙과 동아에도 비슷한 팀이 있었습니다. 조선의 취재인력은 중.동에 비해 3분의 1정도였습니다. 생산물, 즉 실리는 기사는 비슷했습니다. 훨씬 적은 인력으로 비슷한 결과는 만들었다는 점은 기자 1인당 원고부담이 많다는 얘기입니다.
궁금해서 그들 팀을 자세히 관찰한 적이 있습니다.
대부분 저녁을 따로 먹더군요(고급정보를 지난 취재원과---이부분은 뒤에 다시 말하겠습니다). 그리고 밤중에 회의를 하는 겁니다. 장소가 어디든 팀원 전원이 모여 마감후 회의전까지 취재한 내용을 가지고 모래자 방향을 정하는 걸 보고 모골이 송연했습니다.
마감만 하면 퍼져서 사우나나 기웃거리는 기자도 많은데…저 넘들은 매일같이 밤늦게 회의하고 취재하러 다니고…조선의 기자들이 대부분 부지런한 것 사실입니다. 저들의 강점입니다.
적의 보병 하나 하나가 강적이라는 것입니다.
우스개 소리중에 머리좋고 게으른 사람, 머리 나쁘고 게으른 자…는 게 있죠. 조선은 워스트 케이스라는 ‘머리는 나쁜 데 부지런한’측에 들어갈 겁니다. 불순한 생각에 사로 잡힌 자들이 ‘업무상 프로세스’든 ‘프로 의식’이든 경쟁력을 갖고 있다는 점이 우리 사회에 워스트 케이스로 해악을 끼쳐온 셈입니다.

7. 저들은 정말 깨기 힘든 넘들입니다.
조선의 기자 중에는 고위직 관리나 대기업 대주주 등의 ‘자제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출신성분을 따진다는 얘기도 들은 적 있습니다. ‘부의 또는 기득권의 대물림’은 일찍부터 저들에게서 시작됐다는 얘기도 됩니다.
그래서 결속력이 강합니다. 언론사는 기자 선후배간 ‘군기’가 강한 곳이지만 저들은 더욱 엄격합니다. 내부 불만이 바깥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곳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8. 조직력과 개인기를 바탕으로 한 조선의 파워는 지금까지 눈사람 굴러가듯 커져 왔습니다.
적어도 안티조선 이전까지는 그랬습니다. 이제 조선은 위기를 맞을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그게 쉽지 않을 것으로 단언합니다.
저들의 붕괴를 미필적 고의로 방해하는 세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 것은 정치인과 관료집단입니다. 수구냐 개혁성향이냐를 넘어서 정치인과 관료의 ‘속물근성’이 저들에게 특종을 헌납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문희상 비설실장’ 건이 본본기입니다.
정치인들은 기자를 만나기 좋아합니다. 자기를 널리 알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기왕이면 매체의 영향력이 큰 곳을 선호하기 마련입니다. 이런 이유로 조선의 기자와 자주 만나는 정치인은 영향력이 크거나 앞으로 커 나갈 정치인으로 자리매김하게 됩니다.
관료도 마찬가지입니다. 같은 보도자료라도 조선에 실리기를 원합니다. 기업의 입장도 비슷하죠. 결국 보다 좋은 정보는 저들에게 들어가기 마련입니다.
기자단과 정치인, 관료의 회식자리에 조선의 기자가 참석하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보통은 따로 만나 정보를 독점합니다. 정치인이나 관료도 그 것을 영광으로 여기거나 미래를 위한 투자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자단 전체의 회식자리에 참석하는 경우도 늦게 나타납니다. 한가지 현실적인 이유와 두가지 목적에서라고 봅니다. 현실적으로 바쁜데다 늦게 합류함으로써 주목을 받고 되고 술을 덜 먹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늦게 참석하는 기자를 정치인이나 장관은 굳이 자기 옆자리에 앉히려고 노력합니다. 기자단이란 서열이 있어서 다른 언론사끼리라도 선후배를 따져 장관 등의 옆자리에 선배가 앉는게 보통인데(왜 굳이 옆에 앉는가, 이점은 기사가 될만한 얘기를 보다 많이 들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조선의 기자는 예외가 됩니다. 자리를 주최하는 정치인이나 장관 등이 조선의 기자를 일부러 불러서 옆자리를 권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관행이 사라지리라고 믿습니다.

9. 사리지긴 사라지되 시간이 많이 걸릴 것입니다.
아까 말씀드린 ‘속물근성’ 탓입니다. ‘속물근성’하니까 명지대에 있던 양모 교수라는 넘이 ‘우익 총궐기’ 운운하면서 ‘지식인의 속물근성’을 말했던 게 생각납니다. 바로 그 속물근성, 정치인과 관료의 ‘관성에 빠진 싸구려 속물근성’이 조선일보를 연명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문제는 개혁을 주도해야 할 노무현 당선자 주변 인사들도 그런 속물근성에 빠져 있다는 점입니다. 적어도 다시금 조선일보가 특종을 연발하는 일을 없도록 감시하고 또 감시한다면 정치인들의 ‘조선 우대’ 습성을 고칠 수 있을 것입니다.

10. 어떻게 감시할 것인가.
솔직히 모르겠습니다. 다만 그 전제조건은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그 것은 초심으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에게 ‘초심으로 돌아갈 것’으로 주문하듯이 여러분 네티즌들이 선거 당시의 뜨거운 마음과 모두를 포용하려는 초심으로 돌아가기를 바랍니다.
선거당일, 민노당 지지자라는 분이 ‘나는 울면서 투표했다’를 보고 찡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서로 갈라져 싸우는 듯한 인상을 받습니다. 영호남 논쟁도 선거 전에는 지금같지 않았습니다. 논쟁은 귀중한 것입니다. 사유를 키워나가는 텃밭이고도 합니다.
그러나 대선으로 모든 게 끝난 게 아닙니다. 조선일보도 있고 (결과적으로) 노 당선자에게 흠이 되는 정치인과 공무원도 많습니다. 이들과 싸우려면 적어도 대선 이전과 가졌던 연대의식, 동질감이 다시금 필요하다고 있습니다. 조선과 유착된 넘들, 역사를 거스를 넘들을 감시하려면 내부부터 강해져야 한다고 믿습니다. 아직은 넘을 고지가 많습니다. 서로 부등켜 안고 함께 가기를 바랍니다.

*추신
요즘 후유증을 겪고 있습니다. 이번 대선은 잊고 있었던 소중한 것들을 선사했습니다. 사회와 역사, 정치를 되찾았습니다. 대선 직전, 정몽준 쇼크의 위기감과 19일 네티즌의 투표 독려 열기는 지금 생각해도 감격스럽기만 합니다. 그래서 감격의 확인사살을 위해 여기저기 둘러보는 습성이 생겨났습니다. 유쾌한 후유증입니다. 모든게 네티즌을 대표되는 여러분들의 덕분입니다. 여러분은 역사를 바꿨습니다. 여러분은 위대합니다.